제주 출신 현길언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꿈은 누가 꾸는가-섬의 여인, 김만덕'을 발간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출신 현길언 작가 '꿈은 누가 꾸는가?! 섬의 여인, 김만덕' 발간

▲ 제주 출신 현길언 작가가 최근 장편소설 '꿈은 누가 꾸는가-섬의 여인, 김만덕'을 발간했다. ⓒ제주의소리

작가의 말에서 그는 ‘큰 빚을 갚은 기분’이라며 글머리를 열었다. 제주 토박이로 등단 이래 제주 설화와 제주 이야기를 담는 데 반 평생을 쏟았던 그가 이번엔 김만덕에 손을 뻗었다.

<전쟁놀이>, <그때 나는 열한 살이었다> <못자국> 등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제주 4·3사건, 6·25전쟁까지 3부작 청소년 소설로 훑었던 현길언(72) 작가가 김만덕을 내세워 ‘꿈’ 이야기를 건넨다. 최근 발간한 <꿈은 누가 꾸는가?!(도서출판 물레)>를 통해서다.

이번 작품을 두고 현 작가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섬에 살았던 한 여인, 낮고 천한신분이면서도 아름다운 생애를 살았던 김만덕의 일생담이면서, 꿈꿀 수 없는 처치에서 오히려 진정한 꿈을 꾸면서 살았던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 아니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온 모든 사람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를 빌어 옛 제주 사람들의 한을 드러낸다.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태어난 아기는 훗날 역적이 될 것이란 권력자의 믿음 때문에 날개가 꺾여 버리고 만다.

가공의 인물인 김만덕의 옛 연인 정득영으로 당시의 상황이 묘사된다. 정득영은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고 태어난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이지만 토착 세력에 항거하다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한다.

죽은 정득영은 김만덕 주변에 머무르며 못 다한 꿈을 이뤄간다. 작품을 가로지르는 ‘장수 여’ 이야기는 제주 민중이 품고 살던 염원의 산물이다. 백성을 괴롭히던 중간 관리들의 횡포와 합법을 가장한 각종 수탈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오랫동안 제주는 수탈당하는 지역이었다. 못 먹고 못 사는 것을 제주 사람들은 으레 본토의 횡포를 탓하곤 했다. 그러나 작가는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친 제주의 토착세력이 중앙에서 파견 나온 관리들과 결탁하며 불행을 초래했다 지적한다.

이렇듯 작가는 수백 년 전 이야기를 끌어다 ‘오늘’을 환기시킨다. 수백 년 지난 지금에도 부조리와 부정이 만연한 현실에 아름다운 꿈이란 진정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독자의 등을 떠민다.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작품 해설에서 “사방이 물로 갇힌 공간적 한계와 모순투성이라는 제도적 결함을 지닌 중세 질서의 시간적 한계를 넘어서 작가가 이 시대에 타전하고자 하는 소설적 전언을 만나게 된다”고 이 작품에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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