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 영화 <지슬>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촬영 내내 혹독한 추위와 싸우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허덕이며 겨우 만들어진 4.3영화에 유례없는 ‘기록’이 줄줄 따라붙고 있다.

오멸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II>이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꼽은 ‘2012 올해의 독립영화’에 선정됐다.

지난 31일 선정 결과를 발표한 한독협은 “오멸 감독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어이그, 저 귓것>, <뽕똘>, <이어도>를 연출했으며 이번 <지슬>를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종합하는 성취를 이끌어냈다”며 “오 감독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영화를 구축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제주어로 감자를 뜻하는 ‘지슬’은 4.3을 처음으로 필름에 옮겼던 故가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 두 번째 이야기이다. 4·3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해있던 마을 주민 수십 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0개월에 걸친 제작 기간 번번이 ‘예산’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중단 위기에 처한 것도 여러 번. 끝내 완성시킬 수 있었던 건 도민들의 관심과 소셜펀딩을 통한 후원 덕분이다.

영화에는 유독 하나의 사물에 초점을 맞춘 장면이 잦다. 한 컷 찍는데 들어가는 제작비도 부담스러워서다. 초가집 한 칸 태울 때는 마음을 몇 번이나 먹어야 했을 정도다.

2012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80년대 이후 30년에 이르는 독립영화의 역사에 남을 걸작’, ‘2013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내야 할 또 하나의 영화적 사건’이라는 평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평가는 4관왕으로 이어지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후 서울독립영화영화제 전석 매진을 비롯해 미국 선댄스영화제, 네덜란드 로테르담영화제 등 국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4.3의 과제로 남은 ‘대중화’와 ‘국제화’의 가능성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2012 올해의 독립영화인’에는 <두개의 문>으로 7만 관객을 불러들인 ‘연분홍치마’가 선정됐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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