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신 주제페 로씨타노 '제주 무속'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
▲ '제주 마을당, 살아있는 이야기' 프리뷰에 앞서 작품 설명 중인 주제페 로씨타노(Giuseppe Rositano. 오른쪽)와 나타샤 미스트리(Natasha Mistry).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마을당에 대해 아십니까? 저는 다큐멘터리 영화 찍고 있습니다” 그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이 질문을 피할 수 없었다.

미국 출신의 주제페 로씨타노(Giuseppe Rositano.36).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멕시코, 스페인, 프랑스 등을 누비다 7년 전부터 제주에 살고 있다.

그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커뮤니티에서 심령과 신내림 등을 연구하다 제주의 마을당에 대해 알게 됐다. 파란 눈의 외국 청년에겐 제주의 마을당이 신비롭게만 보였다. 

주제페가 2년 가까이 매달린 영상 다큐멘터리 ‘제주 마을당, 살아있는 이야기’를 10일 아트스페이스씨에서 공개했다. 촬영은 영국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나타샤 미스트리(Natasha Mistry)가 맡았다. 그녀 역시 3년 째 제주에 살고 있다.
 
90분에 달하는 다큐멘터리는 이날 프리뷰에서 삼양동과 내도동의 이야기를 담은 30분짜리 편집본으로 상영됐다. 제주의 마을당 이야기 뿐만 아니라 외국인 시선에 비친 제주의 모습도 담겼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영국에선 1천년 전 무속제의가 자취를 감췄다. 전 세계를 둘러봐도 마찬가지다. 과학과 온갖 기술의 발전이 전통과 무속 신앙을 밀어냈지만 자그마한 섬에선 여전히 맥이 뛰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른 게 아니었다. 그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쳐 멨다.
 
주제페는 “그동안 무속 신앙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많았지만 외국어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없었다”며 팔을 걷어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 작품 상영이 끝나고 자유롭게 감상을 주고받는 시간도 마련됐다. 문무병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소장도 주제페에게 몇 마디 조언을 보탰다. ⓒ제주의소리 김태연기자

그 후 2년 가까이 제주시 삼양, 화북, 상귀리, 내도동과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토산리 등을 찾아다녔다. 하필 이 다섯 곳을 고른 건 사라질 위기가 눈앞에 닥친 곳이기 때문.

주제페는 “상귀리 마을제에 찾아갔을 때는 할아버지 다섯 분이 와 계셨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고 들었다. 내도동은 5년 전 심방이 세상을 떴다. 손자들은 할머니의 종교(무속)을 모른다. 제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무속 문화를 지키는 데 중요한 시기”이라고 말했다.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은 물론 마을의 어르신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얻어들었다. 마을당을 겪은 세대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여겼다.

그는 특히 심방이 죽고 나서도 마을사람들이 당을 지켜가고 있는 사례들에 주목했다. 주제페는 “상귀리는 심방이 세상을 떠나자 이장이 심방을 대신해 의식을 집전한다.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작업이 늘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어딜 가나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답을 구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토산리에선 100가구가 넘는 곳을 몽땅 찾아다녔지만 번번이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프리뷰 자리에서도 “도와주실 분 없냐”며 간곡한 도움을 요청했다.

그간 촬영된 분량만 400시간. 작업이 완성되기까지는 2~3개월이 더 걸린다.

주제페는 “정확한 사실 전달도 중요하지만 예술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어 고민이다. 다음달엔 서귀포시 삼달리 레지던스에 입주해 마무리를 할 계획”이라며 “완성된 프리뷰를 시작으로 각종 영화제 출품들을 통해 소개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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