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수상에도 예산지원 머뭇거리다 "제작비 일부-촬영장비 지원" 뒤늦게 생색

제주에서 만들어진 영화 '지슬'이 독립영화제 중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선댄스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거두자 제주도의 태도가 돌변(?)했다.

각종 수상 소식이 날아들어도 본 척도 않던 제주도가 이번 수상으로 국내외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게되자 제작비와 장비를 지원했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공로를 부각시켰다.

제주도는 29일 ‘오멸 감독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우근민 지사가 화환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말미에는 ‘영화 ‘지슬’은 오멸 감독이 네 번째 만든 독립영화로서 제주도가 영화제작에 따른 제작비 일부와 촬영장비를 지원했다는 내용까지 덧붙었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을 수상한 뒤 오멸 감독은 몇 차례 인터뷰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 제주도가 아니라 제주 섬이라 표현했다. 그만큼 혹독한 지원 아래 만들어진 영화”라며 제주도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지슬’은 10개월에 걸친 제작 기간 번번이 예산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중단 위기도 몇 번을 넘겼다. 도민들의 관심과 누리꾼들의 소셜펀딩으로 모은 1400만원이 보태지면서 겨우 완성한 영화다.

제작비용은 총 2억5000만원. 우 지사가 위원장으로 있는 제주영상위원회에서는 2500만원을 지원했다. 촬영 장비를 지원했다지만 다 낡은 장비를 어쩔 수 없이 빌려다 썼다는 것이 제작사 관계자의 귀띔이다.

보도자료에는 ‘우 지사는 제주출신 영화감독이 제작한 영화 ‘지슬’이 제주의 아픈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인 만큼 후세에 산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도민과 학생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홍보를 특별히 강조했다’는 내용 또한 포함됐다.

현재 제작사는 3월 1일 제주 개봉을 앞두고 상영관 확보에 분주하다. 당초 계획은 영화예술문화센터에서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여러 문제가 얽혀있어 확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 우 지사의 ‘주문’이 말에서만 그친다면 ‘생색내기’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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