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슬' 개봉 첫날 관객들 반응? "이 영화만큼은 정말 전국민이 한번씩 꼭 봐야"

▲ '지슬' 개봉일 무대인사에서 오멸 감독이 참여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오멸 감독은 제주도민들을 가리켜 '4.3전문가'라는 표현을 썼다. 전국 개봉에 앞서 제주에서 먼저 개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제주도민들의 감상 또한 다를 수밖에 없을 터.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듭한 데 이어 섬 바깥에서 몇 차례 기획전으로 소개되며 입소문 무성하던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II’이 드디어 도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일 CGV제주에서 개봉한 ‘지슬’은 13회 상영을 모두 매진시키며 관심을 입증했다.

'지슬'은 잔혹하고 처참했던 4.3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 공식 포스터에 ‘춘자의 웃음, 상표의 달리기, 만철이의 사랑이 멈추던 날’이라는 카피가 쓰였듯 마을 주민 개개인의 일상을 빌어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그렸다.

영화의 모든 대사가 순도 100% 제주어인 까닭에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제주 사람들만 알아챌 수 있는 개그코드 덕분에 익살스런 대사가 나올 때면 관객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100여분 가까운 러닝타임 끝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선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4.3평화재단 이사이기도 한 임문철 신부는 "4.3과 관계된 사람으로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나 영화에 재미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지 걱정도 된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신부는 "그 동안 도와주지 못한 것을 보상하는 마음으로라도 제주도, 교육청,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주희 제주도의회 의원은 "그 동안 억눌렸던 4.3에 대한 뭉클했던 것들이 퍼져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본다. 전국적으로 4·3 국가추념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시점에 도민들이 의무적으로 챙겨봐야 할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4·3은 제주도만의 역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다. 지슬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영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영화"라고 강조했다.

▲ '지슬' 개봉일 무대인사에서 오멸 감독이 참여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4·3을 겪지 않은 청년들에게도 ‘지슬’을 보고난 감상은 남다른 듯 했다.

정수진(남·26세) 씨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4·3에 대해 여러 차례 접했다고 했다.

정 씨는 "제주 4·3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과를 요구해도 외면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과서에도 4·3 관련 내용은 달랑 몇 줄로 끝난다.  영화를 보니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다. 역사의 아픔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다는 점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적은 4·3 관련 컨텐츠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에서 위안을 삼을만 하다.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던 영화관에 중간중간 섞여있던 젊은이들을 보면서 웬지 모를 뿌듯함도 느꼈다. 이게 바로 교육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승환(남·19세)군은 "영화 포스터를 보고 4·3을 좀 더 알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다"며 "영화를 보고나니 도민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요즘 학생들이 4.3을 잘 모른다. 국사교과서에 4.3이 한 쪽도 나오지 않는다"며 "이걸 보고 좀 더 깊이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증조할아버지가 4·3 희생자라 밝힌 정인표(남·19)군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많이 듣긴 했지만 4.3 영화는 처음 본다"며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특히 고등학생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람객들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일제히 "이 영화만큼은 제주도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 쯤 꼭 봐야할 작품"이라며 두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사적 메시지와 영화 자체로서의 완성도 두 가지에서 모두 일정한 경지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지슬'이 앞으로 또 어떤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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