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은행문턱 높아” 접근성 악화…제주, 주택담보대출은 전국 3배

최근 4년여간 제주지역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국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대출 비중에서 저신용등급자 대출은 줄고, 고신용등급자 대출이 느는 대신 저신용등급자들이 은행권보다 대부업체 등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대출을 전환하는 추세가 뚜렷해 부채관리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제주본부가 발표한 ‘제주지역 가계대출의 신용등급별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전국 및 제주지역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제주지역은 2010년부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가계대출이 전국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올해 1월말 현재 제주지역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금액은 총 4조8080억원으로, 2009년말에 비해 21.8% 증가해 전국 19.4%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 중에서 주택담보대출은 53.8%를 기록해 전국 증가율 18.7%보다 무려 약 3배 가까이나 높았다.

   

이처럼 가계대출 규모는 증가하고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보수적 대출운용과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저신용등급자의 은행 접근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저신용등급자들이 까다로운 은행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용이한 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상품으로 몰려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채무상환능력도 저하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은제주본부의 분석에서도 제주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전체 대출에서 저신용등급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나 점차 하락하면서 고신용등급자 대출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업권 대출의 경우 저신용등급 대출 비중이 상당히 낮을 뿐만 아니라 점차 고신용등급 대출에 집중되고 있어 저신용등급자들의 대출이 여신전문기관 및 대부업 등 비은행금융기관으로 전환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신용등급 대출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이유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달랐다.

수요측면에선 제주지역이 일반적으로 정규직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은 임시·일용직 등 단기계약직 비중이 높고, 소득수준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가 많아 이들에 의한 대출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공급측면에선 완화된 대출기준을 적용하는 신용협동기구의 이용률이 높고 정책금융 공급이 타 지역에 비해 활성화된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제주본부 관계자는 “제주지역의 저신용등급자에 대한 자금공급은 타지역에 비해 비교적 원활한 것으로 판단되나 향후 저신용등급의 금융접근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각종 정책금융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주지역 가계대출의 저신용등급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 등 여건 악화시 연체율 상승, 부실채권 증가 등의 위험이 크므로 저신용등급 대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은 소득수준과 채무상환 능력 등을 감안하는 등 적정 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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