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행정' 명분 퇴임이장 감사패 수여까지 챙겨...'대표행사만 참가' 선언 무색

   
현장행정을 강조한 우근민 제주지사의 '광폭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빈도가 부쩍 잦아졌을 뿐 아니라 이제는 읍면동 행사도 모자라 부녀회 행사까지 챙기고 있다.

취임 초기 '얼굴 부조' 형태의 동네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 선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부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행보가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 지사는 올 1월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코드에 맞춰 '현장에 답이 있다'며 민생현장 행정을 강조했다.

"결재받으러 올때 '제가 이번에 읍면동 어딜 갔더니 주민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사님 이거 참고로 알고 계시다가 정책에 반영하면 좋겠습니다' 등 이런 말을 꼭 해달라"며 "저도 (직원들이)결재받으러 오면 '지역에 가봤느냐'고 꼭 물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 지사는 "당선인도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지역사람들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재를 받으러 올 때 현장방문 얘기를 하지 않으면 지사 결재도 못받는다고 간부들에게 현장을 강조했다. 우 지사 자신도 현장 행보를 시작했다.

우 지사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화됐다. 수출기업 격려 등을 명분으로 서귀포시 대정 농공단지 방문을 시작으로 한달에 3~4번씩 현장을 찾았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그 횟수가 눈에띄게 많아졌다. 

주로 농공단지나 생산 현장을 찾던 우 지사의 행보는 차츰 읍면동 행사로 옮겨가더니 이제는 '부녀회' 행사까지 돌고 있다.

11일만 해도 '대정새마을부녀회 바자회 참관', 한경면사무소에서 열리는 '퇴임리장 감사패  수여', 12일에는 '정방동 새마을부녀회 향토음식점' 방문이 예정됐다.

우 지사가 취임 초 약속했던 '얼굴 부조' 형태의 시나 읍면동, 마을단위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취임 2개월 후인 2010년 9월2일 제주도는 각종 행사 때 뚜렷한 원칙과 기준없이 각종 행사에 참석해 온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 도정현안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도지사, 행정시장, 읍면동장의 지역행사 참석범위를 명확히 구분해 분권자치행정을 구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특히 도지사는 대표성을 갖는 각종 국제행사, 전국 또는 도 단위 행사, 특별한 시 단위 행사에만 참석키로 했다. 이와 함께 행정시장은 시 단위 또는 중요한 읍면동 단위 행사 때만, 읍면동장은 읍면동 또는 마을단위 행사에만 참석해 행정력 낭비를 최대한 막겠다고 공언했다.

퇴임리장 감사패 수여나 새마을부녀회 바자회 참관은 대표성과 거리가 멀 뿐더러, 굳이 지사가 아니어도 격려가 가능한 행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우 지사가 최근 찾은  현장 10곳 가운데 절반이 대정읍과 한경지역에 편중돼 있다. 

이 때문에 우 지사가 민생행정을 내세워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기반을 다지려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우 지사가 너무 티나게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읍면 부녀회나 이장 행사까지 챙기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도 적지않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