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 제주도 반부패역량진단 통해 불합리한 제도·관행, 연고주의 인사 일침

▲ 3일 제주도청 한라홀에서 열린 ‘2013년 청렴성공 프로젝트’ 정책토론회. ⓒ제주의소리

“도지사의 강력한 추진의지에도 불구하고, 도 산하기관 기관장 및 간부들은 피동적이면서도 업무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
“청렴도 꼴찌 평가 결과가 나와도 철저한 자기 반성이나 위기의식보다는 평가제도, 지역 특수성 등 외부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높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주도의 반부패 역량을 진단한 결과다. 공직 내부에서 바라본 도정 운영실태, 반부패·청렴대책 추진실태 등을 자체 진단한 것이어서,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청렴성공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길로 가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제주도 본청과 직속기관, 사업소에 근무하는 직원 36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내놓은 ‘제주도 반부패 역량진단 결과’가 눈길을 끈다.

우선 도정운영행태와 관련해서는 본청 실·국장과 도 산하기관 기관장들의 피동적인 자세를 문제 1순위로 진단했다. 한 마디로 도지사는 하고자 하나 참모들이 제대로 보좌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실·국장과 중간간부(과장·계장)간 소통부족, 간부들이 업무가 합리적인지 여부를 판단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경향도 하위직 공무원들의 눈에는 ‘옛날 공무원’의 전형으로 비춰졌다.

반부패·청렴대책 추진과 관련해서도 간부와 직원들의 위기의식 및 동참의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위원회 활동도 사후적발·처벌위주로, ‘비리·부패’의 싹 자체가 움트지 못하게 하는 사전예방감사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능력보다는 연고주의·줄서기가 더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평정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거나 상담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한 것처럼 서명을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말로는 실적주의를 거론하면서도 실제는 개인 충성도가 인사를 좌우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심지어 간부들이 근무평정을 이유로 직원에게 사적인 요구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우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직장여비를 사무실 공통경비로 사용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부서장의 개인 활동비로 사용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부족한 업무추진비를 여비로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 토론회가 끝난 뒤 청렴도 최상위 등급 달성을 다짐하고 있는 제주도청 간부들. ⓒ제주의소리

외부평가가 이렇게 냉혹한데도 제주도 공직자들의 상황인식은 한참 동떨어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한 공직자의 92.3%는 “외부에 알려진 청렴도수준보다는 청렴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청렴도 개혁의지에 대해서도 90.9%는 의가 매우 강하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반부패 역량진단 결과는 5월 3일 도청 한라홀에서 열린 ‘2013년청렴성공 프로젝트’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권익위원회 박계옥 부패방지국장 등 관계관 7명과 방기성 행정부지사를 비롯한 도청 실·국장, 직속 기관·사업소장 50여명이 참가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렴성공 프로젝트’추진을 위해 지난 4월17일 제주도 등 7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한 제주도는 올해 청렴감찰단을 신설하는 등 청렴도 최상위 등급 달성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4개 분야 30개 과제로 이뤄진 ‘청렴제주 실현 추진계획’도 마련했다.

양창호 제주도 청렴감찰단장은 “이날 발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반부패 역량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문결과와 정책제언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영·보완해 청렴도를 향상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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