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권한 이양 받고도 ‘위원회 구성·운영’ 명시 조례개정 뒷짐…공정성·투명성 ‘실종’

   
지방의원의 집행기관 산하 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가 “행동강령 위반”을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정작 제주도가 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조례 개정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의원들을 산하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해 적당히 입막음을 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례개정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도가 5월 임시회에서 처리해달라며 최근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도시계획조례 전부개정안’이다. 제주특별법은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도시계획위원회 설치·운영’ 관련 내용을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주도가 제출한 개정조례안은 제6장(70~80조)에서 도시계획위원회와 관련된 내용을 담았지만 정작 ‘위원회 구성 및 운영’ 부분은 빠졌다. 도시계획위원회가 각종 이권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위원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제주의소리>가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총 28명의 위원 중 현업종사자(업자)가 9명이나 됐다. 전체 위원의 1/3이 이권에 연루되기 쉬운 소위 ‘업자’인 셈이다. 이들 위원의 임기는 2년이고, 연임도 무제한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구성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도시계획조례에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민간위원회 위촉 규정, 장기연임 금지,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인사에 대한 배제, 위원의 제척·회피 장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민간위원 위촉과 관련해서는 친소관계 등에 따른 위촉을 막기 위해 공모방식과 외부 추천방식을 병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신력 있는 관련 학회나 협회 등 유관단체에 추천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는 외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선정위원회를 통해 심사한 뒤 위원을 위촉할 정도로 민간위원을 위촉할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위촉된 민간위원회에 대해서는 청렴서약서 작성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간 연임을 통한 이해관계자와의 유착,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품수수 등 부패유발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연임제한 근거규정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적한 지방의원의 소관 상임위 관련 위원회 위촉을 제한하는 방안도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 아울러 건설업종에 종사하는 지방의원도 위촉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전문가 위촉시 건축사, 기술사 등 자치단체 관내의 현업 종사자에 대한 위촉도 원칙적으로는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신 전문가 직업군을 교수, 연구원, 시민단체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김간사업자들의 안건 심의와 관련한 심의위원의 개별접촉을 금지하는 것을 비롯해 도시계획위원·건축위원 명단 및 회의록 공개, 심의위원 부패행위 시 공무원으로 의제해 처벌하는 규정 등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회 A의원은 “특별법에 이양됐음에도 위원회 구성·운영 규정을 조례에 명문화하지 않는 것은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조례안 심사 때 꼼꼼하게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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