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도민토론회...정체성, 지향점 등 놓고 여전히 의견 분분

 

▲ 제주도가 6일 (가칭)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설립 관련 도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벌써 네 번째다. 최근 도의회의 제동으로 조례심사가 보류된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설립을 위해 제주도가 또 토론회를 개최했다.

6일 오후 2시 도청 2청사 3층 회의실에서 열린 (가칭)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설립 관련 도민토론회에는 여성단체 회원과 관련 기관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해 제주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토론회에 추진위는 ‘도민의 충분한 의견 청취’, ‘설립에 따른 구체적 방법론 모색’을 취지로 내세웠다.

먼저 김진영 추진위 실무위원장은 ‘설립 운영방안’에 대해 주제발표에 나섰다.

현재 명칭은 가칭으로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라 정했다. 제주발전연구원 부설 여성정책연구센터와 성별영향분석센터와 통합해 운영하되 설문대여성문화센터와는 분리하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여성과 가족의 행복을 위한 제주형 여성가족정책연구 및 성평등 교육을 통해 성숙한 성평등 사회를 구현, 정책연구의 싱크탱크 역할, 제주 여성 발전 허브 기능 강화 등이 주된 목표다.

이에 따라 정책연구실(7명), 행정지원팀(3명-공무원 파견), 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3명-여가부 지원) 등 3개 팀에 14명 인원을 앉힌다.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출연금 조성은 약 30억원. 올해 8월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차별로 늘려간다는 것이 추진위의 계획이다.

연구원 설립 준비에 따른 추진위원회는 지난해 9월에 구성됐다. 관련 토론회만 이날 포함해 네번째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6개 시도에서 재단법인 형태의 여성(가족)정책 연구기관은 9개, 시.도에서 설립한 연구원 내 센터는 5개, 사업소는 2개가 운영되고 있다.  

▲ (가칭)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설립 관련 도민 토론회. 플로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제주의소리

이어 김 위원은 여태껏 제기됐던 쟁점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연구원에 여성정책 연구 관련 기능을 더하고 설문대여성문화센터(이하 설문대센터)를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김 위원은 “설문대센터에 성별영향평가분석교육이나 성인지교육 등 전문교육 기능을 강화한다면 기존 운영 중인 직업, 취미, 문화교양 프로그램 운영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므로 복합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존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설문대센터의 본래 목적도 짚었다.

김 위원은 “문화 및 집회시설 목적의 민간투자시설사업으로 건립됐고 20년 동안은 제주도가 손 댈 수 없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센터와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발전연구원의 설립 운영은 지역발전, 지방행정과 관련된 제도개선에 전문.체계적인 연구조사와 분석활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여성가족 분야 정책 연구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기는 현실 적합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 지적됐던 ‘예산’ 부분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해서 운영할 경우 건물, 관리.인건비등 일부 비용은 절감되나 국비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설문대센터의 기능이 축소된다면 도민 욕구를 해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은 “‘예산, 재정의 낭비’가 아닌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젠더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정치적, 사회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 문제가 아니라 크게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 제주도가 6일 개최한 (가칭)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설립 관련 도민 토론회에 관련 기관 관계자와 여성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주제 발표에 이어진 토론은 격하다 못해 뜨거웠다.

토론자는 강미선 전 여성단체협의회장, 김정우 제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김혜숙 제주대 교수, 유철인 제주학회장, 허경자 서귀포시 여성발전연대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토론 도중 플로어에서도 의견 개진과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대체로 설립에는 공감하나 설립 과정, 구체적 방안, 설립 계획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의견을 보였다.

허경자 서귀포 여성발전연대 회장은 우선 추진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을 지적했다.

허 회장은 “여성가족연구원 설립을 두고 논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분명히 짚을 건 여성계의 오랜 숙원사업에 과연 행정과 의회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느냐의 문제”라고 운을 뗐다. 

허 회장은 “재단 출연금으로 10억원이 책정됐다는 건 의회도 설립 필요성에 공감을 했다는 거다. 그럼에도 삭감하고 보류하는 일련의 행위는 행정에서 본질적인 접근 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60만 제주 인구에 여성이 29만 명이다. 여성들을 위한 정책이며 복지, 어르신과 아이들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다. 제주발전연구원 산하의 한 센터에서 29만 명을 책임지고 있다. 말만 센터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냐. 여태 근본적인 고민을 행정도, 의회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다. 이 가운데 예산 가지고 겨루는 양상을 보일 때 제주 여성들은 얼마나 난감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허 회장은 “30억 예산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건 여성에 대한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라면 집이 가난하더라도 아이가 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공부를 시키겠다. 제주도가 연간 7억~8억원이 없어서 부도가 날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혜숙 제주대 교수는 ‘통합’ 운영에 대한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제주발전연구원 활용 이야기가 나왔는데 말 그대로 ‘여성가족센터’다. 큰 우산 밑에 있는 하나의 꼭지에 불과하다. 센터의 규모는 연구원을 넘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재정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행정이나 의회나 의견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위상도 다르고 역할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기에 조정하면서 여성가족연구원이 됐든 정책연구원이 됐든 독립적 연구와 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1회성이 아닌 종합적, 지속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로어에 있던 고순생 제주도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여태껏 행사장에 동원되는 여성이 아니라 산발적으로 나뉜 여성 관련 기관의 기능 중에서 모을 건 모으고 강화해서 제대로 된 기능을 연구원에 넣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플로어 참석자들도 설립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립 이후의 계획들은 어떻게 된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오늘 주제 발표와 토론도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지 책임 여부는 누구도 말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어 “30억 예산도 결코 많지 않은 금액이다. 연구 활동에 대한 필요성과 더불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느냐에 계획 없이 30억을 부족하다 넘친다는 평가할 게 아니다. 추진과 관련된 계획 일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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