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중대기로 때마다 출장...행정대집행 날엔 '유권자 대상' 수상

우연 치고는 기막힌 우연이다.

제주에서 해군기지와 관련된 중대한 일이 터질 때마다 우근민 지사는 제주에 없었다.

10일 오전 8시부터 서귀포시가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 설치된 해군기지 반대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 해군기지 반대 천막 철거를 막기 위해 쇠사슬을 건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공무원 100명과 경찰 800여명이 동원된 이날 행정대집행은 강정주민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강동균 마을회장 등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또한 서귀포시는 천막을 철거한 뒤 그 자리에 포크레인을 화단을 조성하는 작업을 실시했고, 항의하던 강정주민은 5m 높이의 강정천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10일 유권자의 날을 맞아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유권자대상'을 수상한 우근민 지사.
이런 긴박한 상황인데도 우근민 지사는 제주에 없었다. 이날 지사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유권자의 날을 맞아 '유권자대상' 시상식을 위해 상경한 상태였다.

공무원과 강정주민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상태였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지난 2일 제주도청을 방문, 우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행정대집행 대신 해군기지 불법공사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서귀포시는 해군의 불법 공사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제주에서 긴박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 지사는 출장을 떠나곤 했다. 정부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해군기지 강행 방침을 못박은 지난 2011년 2월29일에도 국내에 없었다. 말레이시아 출장중이었다.

공유수면 매립공사 중지 행정처분에 따른 청문 정국으로 해군기지 운명이 걸린 시기인 2011년 3월29일에도 우 지사는 '제주관광의 해외경제영토 확장'의 일환으로 중국으로 떠났다.

우 지사는 취임하기 전부터 제주해군기지 해결 방안으로 '윈-윈' 해법을 내놓았다. 하지만 3년이 다가도록 강정주민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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