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열 作.
김기대 作.

짐짓 비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바람의 영토, 섬의 다이어리'라는 거창한 주제를 걷어내고 나면 삶이 보인다. 바람타고 서귀포로 흘러들어와 언젠가를 살아냈던, 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 이야기다.

이중섭미술관이 2013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전시를 진행한다.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다.
 
대한민국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서귀포는 남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다. 기후나 풍토도 이국적이다.

바람 잘 날 없던 섬 땅은 어느 곳보다도 난리를 많이 겪었다. 독립국으로 명망을 떨치던 제주는 끝내 고려에 귀속되고 말았다. 조선 시대에는 말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리는 한편 조선의 정치적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배지였다.

일제강점기에는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이들이 제주를 떴다. 일본에서 공부한 화가와 지식인이 고향에 돌아오면서 근대적인 의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반도는 세계냉전체제의 격전장이 되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구가 감소했던 제주는 1951년부터 몰려든 피난민으로 도리어 인구가 늘었다. 피난민과 더불어 외부 문화가 유입되며 다국적 양상을 띠게 됐다.

▲ 양재열 作.

 

▲ 김기대 作.

이번 전시에는 올해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김기대, 김성란, 변금윤, 양재열, 유승현, 이호인, 전종철 7명의 작가들이 터놓은 이야기다. 총 30점이 내걸린다.

본디 제주에서 나고 자랐거나 무언가를 찾아 섬에 건너온 작가들이 살아가는 오늘을 화면으로 옮겨낸다.

전은자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에 대한 비망록과 같은 것이다. 고향을 떠나 섬으로 이주해 온 예술가들이 밤을 새워 사색한 결과, 즉 작가의 생생한 섬의 일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절기여서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문의=이중섭미술관(064-733-3555). <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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