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불도땅에서 새 심방으로 자라다
신의 아이, 불도땅에서 새 심방으로 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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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의 제주, 신화] (23) 무조신화 초공본풀이 5


▲ 넋 나간 환자의 넋을 들이는 장면. ⓒ문무병

 불도땅은 아이를 낳아 열다섯 15세까지 키워주는 곳이다. 이곳은 ‘삼승할망’  또는 ‘불도할망’이라고 부르는 산신(産神)이 있어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곳, 미완성의 영혼과 육체를 단련시키는 교육[佛道]의 도량이다.

 아이들의 혼과 넋은 채 굳어지지 않아 세상일에 조금만 놀라도 “넋이 나가고 혼이 나간다” 넋이 머리의 상가마를 통하여 육신의 밖으로 나가 떠돌게 되면, 아이는 넋 빠진 얼굴을 하고, 그때마다 삼승할망은 나간 넋을 상가마 위에 입으로 불어넣어 “오마, 넋들라!”하며 넋을 들여 넣는다. 이렇게 미완성의 혼과 넋을 굳힌다. 선과 악, 미움과 괄시, 증오와 복수 등 세속의 일들을 배우는 과정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세속으로 가는 길이다.

 그리하여 세속의 아이들은 열다섯 15세가 되면, 과거시험을 보게 된다. 세속의 양반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길은 과거에 급제하여 세간에 나가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글공부, 활공부를 한다.

 그러나 어머니 자주명왕아기씨와 함께 저승(황금산=佛國)에서 쫓겨난 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는 길은 양반 삼천선비의 멸시를 받으며 슬픔과 한을 쌓고 영혼과 육신을 단련시키는 시련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통하여 남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고, 서당에서 읽는 양반 삼천선비의 글 읽는 소리를 서당의 부엌에서 귀동냥으로 듣고 배운다.

 맹자의 글에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며, 그 근육과 뼈를 피곤하게 하며, 그 몸과 살을 주리게 하며, 그 몸을 궁핍하게 한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고 한 것은 신의 아이가 세속의 아이들(양반)에게 학대와 멸시를 받으며 심방으로 성장하는 시련의 길이므로 이것을 우리는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入社式) 또는 성년식이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여 장차 민중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팔자를 그르쳐 심방으로 거듭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젯부기 삼형제가 시련을 겪을 때마다, 부처님의 제자인 불승(佛僧)으로서 아버지 황금산 주접선생은 신통력을 발휘하여 아이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황금산 주접선생의 신령스런 영기’가 내려와 젯부기삼형제가 과거에 급제하는 세속의 길을 도와주었다. 아버지의 신통력은 부처님 손바닥처럼 우주를 관통하며, 부처님의 법력으로 과거급제를 도와주었다. 그러므로 팔자를 그르쳐 심방이 되는 것은 신의 선택이며 동시에 부처님의 뜻이었던 것이다.

▲ 불도할망(삼싱할망) 등장. ⓒ문무병

 <초공본풀이>에 의하면, 젯부기삼형제가 열다섯 살 되는 해였다. 서당 삼천 선비들이 서울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게 되었다. 삼형제는 간신히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내어 양반 삼천선비들의 짐꾼으로 따라가게 되었다. 가던 도중 선비들의 모략으로 배를 따다 도둑으로 몰리게 되었다.

 배나무의 주인 배 좌수는 황금산 주접선생의 신통력에 의해 청룡·황룡이 얽혀지는 꿈의 계시를 받았고, 젯부기삼형제가 과거에 급제할 인물임을 미리 알고 돈 열 냥씩을 주어 보냈다. 젯부기삼형제는 역시 아버지 황금산 주접선생의 신통력의 도움을 받았던지, 천지창조의 원리를 담고 있는 <천지왕본풀이>의 내용이 속속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시험을 감독하는 상시관에게, 맏형은 ‘천지혼합(天地混合)’, 둘째는 ‘천지개벽(天地開闢)’, 셋째는 ‘삼경개문(三更開門)’을 써 올려 중의 아들 젯부기삼형제는 양반 삼천선비를 제치고 당당하게 과거에 급제하였던 것이다.

 귀동냥으로 공부한 아이들이 서당에서 정식으로 경전을 공부한 삼천선비의 경륜을 능가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은 글로 쓰여지지 않은 굿 제차와 본풀이 등을 말로 외우는 굿 공부, ‘무당서 3000천권의 내용을 다 외우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삼천선비들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삼형제가 중의 자식임이 밝혀내어 결국 삼형제가 과거를 포기하게 했으나, 다시 한 활쏘기 시합에서는 젯부기삼형제만이 연추문을 맞혀 결국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錦衣還鄕)하게 되었다.

▲ <산받음> 산을 받는다는 건 점을 친다는 뜻. ⓒ문무병

 과거에 낙방한 삼천선비들은 흉계를 꾸며, 계집종 느진덕이 정하님을 꾀어내어 젯부기삼형제의 어머니 ‘자주명왕 아기씨’를 명주전대로 묶어 죽이고 하늘나라 삼천천제석궁(三千天帝釋宮)에 가두어 버렸다. 뒤늦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삼형제는 과거를 반납하고 행전을 벗어 통 두건을 쓰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갔으나 아무 것도 없는 헛 봉분이었다.

 삼형제는 양반 삼천선비의 흉계임을 알았고, 벼슬을 포기하고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하늘나라(三十王 : 三千天帝釋宮)로 가는 길은 심방이 되어 굿을 하여 하늘 신궁(神宮)의 문을 여는 것이었다. <초공본풀이>에 의하면, 세속의 아이들 양반 삼천선비가 과거를 하고 벼슬을 하게 되면, 현실 세계(俗界)에서 이승법을 집행하는 관리(官吏)처럼 민중의 삶을 함부로 하겠지만, 중의 아들 젯부기삼형제가 양반 대신 과거에 급제한 것은 굿을 하여 맑고 공정한 저승법으로 병든 사람을 고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삼천선비는 과거에 낙방한 복수로 젯부기삼형제의 어머니를 죽였고, 신의 아이 젯부기삼형제는 과거를 반납하고 어머니를 살리기 위하여 심방이 되었다. 맑고 공정한 저승법으로 양반으로부터 고통을 받는 민중의 한을 풀어주는 심방의 길을 택했던 것이었다.

▲ <당주다리 나수움>. ⓒ문무병

 세속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기 위하여 지식(知識)을 쌓고 벼슬을 하여 이승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현실의 양반이 되었지만, 신의 아이는 부처님의 도움을 받아 지혜(知慧)를 깨닫고 저승법으로 죽어 가는 사람을 살리는 심방, ‘신의 형방(刑房)’이 되었다. 젯부기삼형제의 과거급제는 연추문을 맞추어 넘어뜨린 것이었고, 그것은 하늘의 문을 여는 신통력을 얻은 것이며, 저승으로 갈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 것이었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신의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저승으로 갈 수 있는 능력, 굿을 하여 어머니를 살릴 수 있는 심방의 능력을 얻은 것이었다. 불도땅의 공부는 신의 아이, 무조 젯부기삼형제가 하나의 완전한 심방이 되기 위해 치르는 일종의 입사식(initiation 入社式)과 같은 의식이었다.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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