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풀이를 통한 삶과 죽음의 내력
꽃풀이를 통한 삶과 죽음의 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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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의 제주, 신화] 꽃의 신화, 이공본풀이 (1)

<이공본풀이>는 주화신(呪花神) 이공(二公)의 본풀이다. 이공은 하늘나라 서천꽃밭에 핀 온갖 주력(呪力)을 지닌 꽃들을 지키는 신이다. 꽃감관[花監官]․꽃성인[花聖人]이라 한다. 심방은 꽃의 신화 이공본풀이를 풀고, 본풀이를 근거로 초․이공맞이, 불도맞이 등의 굿을 하여, 서천꽃밭으로 가는 꽃길을 닦는다.

저승 서천꽃밭에 가서 목숨을 살려내는 생명꽃, 자손을 번성케 하는 번성꽃,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환생꽃을 따다가 환자를 죽음에서 건져내는 것이다. 이공본풀이는 주화신 꽃감관의 내력담이다. 생명의 원리로서 ‘꽃의 뿌리[本]이며, 꽃의 풀이[解]’라는 의미를 지닌다.

심방이 굿을 하여 서천꽃밭(神界)의 생명의 주화(呪花)를 따다 굿을 하는 집안(人間界)의 인간을 살려내는 무의(巫醫)의 역할을 한다. 이공본풀이에 의하면, 옛날 김진국과 임진국이 한 마을에 살았다. 김진국은 가난했고 임진국은 천하 거부로 잘 살았다. 두 집안은 자식이 없어 동개남[東觀音] 은중절[寺]에 들어가 백일 불공을 드려 김진국은 아들을 낳았고, 임진국은 딸을 낳았다. 이름을 ‘사라도령’과 ‘원강암이’라 지었다.

▲ <이공본풀이>를 창하는 이승순 심방. ⓒ문무병

김진국과 임진국은 사돈을 맺어 어린 사라도령과 원강암이를 <구덕혼사(婚姻)>를 시켰다. ‘구덕혼사’란 아기구덕에 눕혀 흔들던 어린 아기 때 부모끼리 사돈을 맺어 혼인을 시켰다는 것이다. ‘원강암이’는 스무 살에 임신을 하였는데, 사라도령에게 서천꽃밭 꽃감관 직을 수행하라는 옥황상제의 전갈이 내려왔다.

부부는 함께 서천꽃밭으로 향해 출발했다. 서천꽃밭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했다. 원강암이는 아이를 밴 몸으로 더 이상 걸을 수 가 없었다. 부근에 제인장자라는 천하 거부가 살고 있었다. 원강암이는 사라도령에게 더 이상 걸을 수 없으니, 제인장자 집에 자기를 종으로 팔아 두고 가면 기다리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삼백냥, 뱃속의 아이는 백냥에 팔고 이별을 하면서, 사라도령은 아들을 낳으면 <신산만산 할락궁이>, 딸을 낳으면 <할락댁이>라 이름을 지으라 하고, 얼레빗을 반으로 꺾어 부인에게 증거물로 주고 서천꽃밭으로 떠났다. 그날부터 원강암이는 종살이가 시작되었고, 제인장자는 계속 몸 허락을 요구하였다. 원강암이는 그때마다 핑계를 대어 위기를 모면하였다. 아이를 낳아 신산만산할락궁이라 이름을 지었다.

모자는 온갖 고초를 다 겪어야 했다. 세월은 흘러 할락궁이도 열다섯 살이 되었다. 어느 날 할락궁이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에 대해 캐어묻자, 어머니는 아버지가 주고 간 얼레빗을 넘겨준다. 할락궁이는 메밀 범벅 세 덩이를 가지고 어머니와 작별하고 아버지를 찾아 서천꽃밭을 향해 길을 떠났다. 할락궁이가 집을 나서자, 제인장재 집에 기르는 날쌘 개 천리둥이 쫓아온다.

범벅 한 덩이를 주고 그것을 먹는 새에 천리를 달렸다. 뒤따라 만리둥이가 쫓아온다. 범벅 한 덩이를 던져 주고 그 사이에 만리를 뛰어가고, 또 한 덩이를 내던져 먹는 사이 수만 리를 지나갔다. 무릎에 차는 물, 잔등에 차는 물, 목까지 차는 물을 건너가자 서천꽃밭이 나타났다. 서천꽃밭 입구에는 수양버들이 있었고, 그 밑에 맑은 연못이 있었다. 서천꽃밭 선녀들이 물을 길러 연못으로 오고 있었다. 할락궁이가 손가락을 깨물어 붉은 피 두세 방울을 떨어뜨리자 연못은 부정이 타서 순식간에 말라 버렸다.

▲ 수레멜망악심꽃 꺾음. ⓒ문무병

어떤 총각이 조화를 부리니 물이 말랐다고 궁녀들은 꽃감관에게 보고하였다. 그래서 할락궁이는 꽃감관을 만나게 되었다. 할락궁이는 본메본장(증거물)으로 얼레빗을 꺼내 꽃감관에게 보이자 꽃감관은 자신이 지닌 반쪽 얼레빗과 맞춰 보고 아들이 찾아온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할락궁이가 올 때 건너던 무릎에 차는 물, 잔등에 차는 물, 목까지 차는 물은 어머니가 제인장자에게 초대김, 이대김, 삼대김, 세 번 고문당하던 물임을 일러준다.

그때야 할락궁이는 어머니가 제인장재에게 죽임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할락궁이를 서천꽃밭으로 데려 갔다. 꽃밭에는 사람을 죽여 멸망시키는 수레멜망악심꽃,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환생꽃, 앙천 웃음이 터지게 하는 웃음 웃을꽃, 아버지는 하나 하나 꽃들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돌아가 원수를 갚고 어머니를 살리라고 일러준다.

할락궁이는 아버지와 이별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제인장자는 할락궁이를 죽이려 하였다. 할락궁이는 제인장자의 일가친척을 불러모아 웃음꽃을 뿌려 웃음판을 벌이고, 싸움싸울꽃을 뿌려 패싸움이 벌어지게 한 뒤, 수레멜망악심꽃을 뿌려 일가 친족을 모조리 죽였다. 작은 딸 하나만 살려서 어머님을 죽여 던져 버린 곳을 가르치게 하였다. 어머니는 머리는 끊어 청대밭에, 잔등이는 흑대밭에, 무릎은 띠밭에 던져 놓아 뼈만 잘그랑하게 남아있었다.

▲ 문무병 시인·민속학자. ⓒ제주의소리

뼈를 모아 환생꽃을 뿌리니, “아이고 봄잠 오래도 잤다”하며 어머님은 살아났다. 그때 원강암이를 대밭∙띠밭에 죽여 던졌던 법으로, 굿을 할 때, 대 한 줌, 띠 한줌을 두 손에 들어 이를 사악한 재해를 주는 수레멜망악심꽃이라 한다. 할락궁이는 어머니를 모셔 서천꽃밭에 들어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꽃의 신[呪花神], 꽃감관[花監官] 꽃성인[花聖人]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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