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잇단 제주공직사회 비리, 그때마다 ‘초강수 대책’ 결국 공염불

제주 공직사회가 잇단 부패로 몸살이다. 공직사회의 부패 현상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이같은 근저에는 관료사회의 폐쇄성과 경직성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관료제의 폐해와 도덕적 해이가 결합된 공직 부패. 각종 공직비리로 얼룩진 제주도 공직사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제주도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꼴찌를 기록하면서 ‘환골탈태’를 부르짖었지만 ‘공염불’이다. 올해 역시 갖가지 비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청렴도 전국 꼴찌 제주도…자고나면 터지는 공직비리

 

   

수년간 공금 수억원을 빼돌린 제주도청 여성공무원 홍 모 씨가 최근 구속된 데다, 전·현직 건설담당 공무원들이 수뢰 혐의로 기소되고,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기간에 공무원들이 음주운전을 벌이다 잇달아 적발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이어졌다.

수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도청 여공무원은 빼돌린 돈으로 개인채무를 변제하고, 각종 명품을 구매해오다 업무상횡령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최근 구속됐고, 건설업체로부터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도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제주도 전직 도로건설 담당 서기관 김 모 씨와 최근 명예퇴임한 박 모 씨 등이 그들이다. 연루됐던 6급 부하직원 강 모 씨는 기소유예, 나머지 6명이 불기소(징계통보) 처분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가하면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기간인 지난달 26일 새벽 5시10분께 제주시청 소속 공무원 이 모 씨가 일도2동 동광로 부근에서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이보다 앞선 23일에는 서귀포시 공무원 정 모 씨가 만취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하루 전인 22일에는 서귀포시 환경미화원 임 모씨가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벌이다 서귀포시 서문로터리 인근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 2명을 치는 사고까지 냈다.

이쯤 되자 제주도가 청렴도 꼴찌를 벗고 공직비위를 사전 예방하겠다며 도입한 ‘청렴지킴이 제주도’는 공허한 메아리로 귓전에 맴돌고 있을 뿐이다.

▲ 제주시가 4일 발표한 '5대 공직비위 척결 대책' 보도자료. 그러나 일각에선 잇단 공직비리를 척결시키겠다는 대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이런 반성문 한장으로 근본적인 공직비리 문제가 해결될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제주시도 공금 횡령, 안전자치행정국장 “신문보고 알았다” 궤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주시가 일상경비 공금을 횡령한 공무원 명 모 씨에 대해 감사위나 경찰수사 의뢰 없이 사직처리 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혹을 사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서 매뉴얼대로 보고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거나, 비위사실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포착되고 있어 비난여론이 거세다.

최근 도청 여직원의 일상경비 수억원 횡령 사건으로 제주공직 전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체점검을 통해 매우 유사한 비위 사건이 제주시 건설과에서도 있었음을 확인하고도 보름 가까이 쉬쉬해온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직원의 사표를 지난달 28일 수리해줘 사실상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지적이다.

경찰수사와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그냥 ‘모르쇠’로 눈감고 넘기려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지난 1일 경찰이 해당부서에 대한 자료를 수거해 갈 때까지 해당 부서장(건설과장)이 해당 국장(도시건설교통국장)을 거쳐 부시장, 시장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오락가락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인사·감사업무를 총괄·지휘하는 제주시 변태엽 안전자치행정국장은 퇴직공무원 11명을 인솔하는 인솔자 자격으로 지난달 30일부터 11월3일까지 닷새간 하와이 해외시찰을 다녀왔고,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에 있느라) 보고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4일) 아침 언론보도를 보고 알게 됐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다가, “해외에 있으면 보고 받을 수 없느냐”는 기자들 채근에 “스마트폰 카카오톡으로 짧게 보고받았다”는 궁색한 답변으로 피해갔다.

 각종 비리 적발 때마다 나오는 ‘자정대책’은 일회용 반성문?

제주시는 4일  “앞으로 공직기강을 해치는 공금횡령·착복, 음주운전, 도박, 성범죄, 금품·향응수수 등 5대 중대 비위자에 대해선 당사자와 직근상급자까지 연대책임을 물어 직위해제하는 초강수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공직비위 척결 대책을 내놓았다.

김상오 제주시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아무리 0.1퍼세트의 잘못이라 해도 공직자의 비리는 공직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오늘 일을 계기로 대오각성하는 자세로 공직기강을 해치는 당사자와 상급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초강수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도적적 비위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예외 없이 발표되는 자정(自淨) 대책은 단순 ‘반성문’으로만 그칠 뿐, 궁극적으로 공직사회의 청렴도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부패를 잉태한다. 주지하다시피 공직자는 시민으로부터 공공성을 위임받아 시민을 대신해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당연히 주변의 유혹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도덕성과 청렴성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척결되지 않는 것이 공직비리다.

진정, 민선5기 우근민 제주도정이 ‘청렴도 꼴찌’라는 꼬리표를 뗄 의지가 있다면 비위 사실을 은폐·축소하기에만 급급해하고 몰아치는 태풍만 피해가고자 하는 요란스런 ‘땜질식’ 구호부터 접어야 할 것이다. 제주도민은 진정한 청백리(淸白吏)를 원하고 있다. /  <김봉현 기자/경제·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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