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희망찾기(8)] 몽봉옥 갈중이

   
“제주 고유의 전통문화도 충분히 관광상품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통 갈옷 등 갈제품의 대중화와 상품화를 이끌어낸 갈제품 전문 생산업체인 ‘갈중이’는 문봉옥 여사(69)와 김두경 대표(42)가 제주 고유의 것으로 문화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돼 현재 동종업계에서 선도역할을 하고 있다.
모자 관계인 문 여사와 김 대표는 3대째 가업으로 내려오던 갈옷 만들기를 상품화해 제주 고유의 브랜드로 정착시키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군대 제대 후 영농후계자로 감을 이용한 사업을 구상 중이던 김 대표에게 갈옷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면서 그 활용방안을 고심하게 만드는 하나의 아이템이었다. 전통 오일장에서 모친인 문 여사와 갈옷 등을 판매하며 소비자 수요를 조사하던 김 대표는 마침내 1997년 ‘갈중이’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갈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품 다각화와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획득하게 됐다.

# 생활잡화와 홈패션으로 영역확대

▲ 문봉옥 갈중이의 문봉옥 여사와 김두경 대표.
사업 초기 작업복 정도로만 인식되던 제주의 고유 의류인 갈옷을 외출복과 평상복 등 일상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TV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와 영화 ‘이재수의 난’ 촬영 당시 소품으로 갈옷을 제공했다. 제주 고유 의류인 갈옷이 전국에 선보이는 계기가 됐으며 ‘갈중이’라는 브랜드가 전국적인 인지도를 획득하게 되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또 ‘꽃반지 끼고’의 가수 은희가 갈옷 패션쇼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패션상품으로서의 제주 갈옷이 주목을 받게 됐다. 1997년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작업복 정도로만 인식되던 제주 고유 의류인 갈옷을 외출복과 평상복 등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며 상품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는 문봉옥 여사다.

문 여사는 철저한 장인정신을 갖추고 제주 고유의 전통을 지키면서 현대적 감각을 가미시킨 갈옷을 잇따라 선보이며 갈제품의 상품화를 이끌어냈다. 문 여사의 뒤를 이어 김 대표는 갈옷의 상품화와 대중화에 주목, 다양한 갈제품을 선보이며 제주 고유의 갈옷이 전국적인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초창기 갈옷 등 의류에만 머물던 갈제품은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모자와 가방, 인형, 액세서리 소품 등 생활잡화와 홈패션으로 제품영역을 넓히면서 현재 7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소비자 욕구와 시대 변화에 맞춰 항상 새로운 제품과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갈중이 제품은 문 여사와 김 대표가 갈옷 원단과 염색 등을 맡고 김 대표의 부인 조순애씨(39)가 디자인을 맡아 꾸준하게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장인정신으로 빚은 갈제품의 대명사

2000년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기념품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한국관광명품젼으로 지정돼 도내·외 인간문화전시장과 한국관광명품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명품으로 인정받으며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또 2005년 제35회 전국공예품대전에서 제주여인의 이미지를 살린 ‘갈옷인형’으로 도내 업체로서는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제주 고유의 감물 옷감을 입힌 인형을 제작해 갈천섬유의 독특한 자연 염색과 향토성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으며 제주여인의 이미지를 살려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제주여인과 갈천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갈옷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 ‘갈중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면서 갈제품의 고유명사로 인식될 만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도내 주요 관광지와 다른 지방 백화점 등에서 인기상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통풍이 잘 돼 땀냄새가 나지 않고 통기성·흡습성이 좋아 여름철에 제격인 갈옷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고 자외선 차단 효과도 뛰어나 웰빙의류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문봉옥 갈중이
‘갈중이’는 덜 익은 풋감을 재료로 해 천연염색을 만들어냄으로써 풋감과 햇빛, 물, 바람만으로도 깊고 아름다운 색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중저가 가격대의 대중화와 함께 자연스러운 색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장인정신이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전 공정의 기계화를 이뤄냈지만 더 자연스러운 색감과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작업으로 전환한 것도 ‘제주의 전통을 이어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기계화를 통해 작업시간 단축과 인건비 지출 등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전 제품이 균일한 무늬와 색감을 가지고 있어 갈제품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시간과 인력을 추가 투입해서라도 더 완벽하고 자연스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 갈제품 전문 전시·체험관 열어

‘갈중이’는 2005년 2월 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앞 부지 1,000여 평에 생산제품 전시와 체험관광을 가미한 도내 첫 갈제품 전문 전시·체험관을 선보였다. 국내·외 관광객들과 도민들에게 갈천 염색과정과 갈제품 제작과정 등 ‘갈중이’의 생산공정을 숨김없이 보여줌으로써 천연염색과 사라져가는 제주 전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이로써 ‘갈중이’는 남제주군 대정읍 신도1리의 염색농장과 대정읍 하모리 생산공장, 안덕면 사계리의 체험·전시관 등으로 사업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또 산·학·연 컨소시엄 사업 등을 통한 제품 다각화에 주력하는 한편 탈색 방지를 위해 재염색을 통한 품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15명의 종업원들이 염색과 제품생산, 판매 등에 종사하고 있으면서 8월 중순 이후 감물들이기 작업에 돌입하게 되면 추가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감물 염색과 갈옷의 생산과정을 직접 관광객 등에게 선보이려 문을 연 사계리 전시관의 경우 행정당국의 무관심과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활용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관광객들이 체험활동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 설치 등을 관광시설물로 규정해 설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체험관광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행위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감물 염색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비가림시설 등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제주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행정당국이 가로막는 꼴”이라고 말했다.

# 전통에 대한 애착과 발 빠른 변화가 비결

주위에 너무 흔해서 자칫 지나칠 수 있는 제주의 전통문화를 관광상품화하고 제주의 독특한 이미지와 문화를 표준화시켰다는 점에서 ‘갈중이’는 제주의 전통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뤄낸 ‘갈중이’는 최근 무형문화재 지정이 검토되고 있기도 하다.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발 빠른 변화와 제주 고유 전통에 대한 애착은 갈제품이 제주문화상품으로 정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앞으로 관광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만들어보는 체험관광상품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전시·체험관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행정당국과 협의 중이며 천연염색 웰빙투어 등 관광프로그램화도 고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바람과 햇빛, 이슬 등 자연으로 만들어진 갈색의 자연스러운 제품 생산을 통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겠다”며 “제주 고유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킨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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