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근로자 올레서 분실한 지갑, 감귤까지 얹어 택배..."사소한 일" 실명공개 사양  

▲ 이 씨가 잃어버린 지갑과 함께 도착한 귤 박스 속에 들어있던 메모.

제주 올레길을 걷던 해외 파견 근로자가 지갑을 잃어버렸으나 제주 귀농인 한테서 지갑 뿐만 아니라 정성이 담긴 선물까지 되돌려받은 사연이 세밑 제주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9일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 짠한 글 하나가 올라왔다. 글을 올린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제주에 2박3일 여행을 온 방글라데시 발전소 현장 근로자 이모씨였다.

내용은 이렇다.

제주 여행 2일째 되는 날 올레길을 걷고 숙소에 들어와 보니 현금 11만원이 들어있던 지갑이 없어졌다. 올레길을 걷다가 지갑을 잃어버린 것.

하지만 이 씨 가족은 여행 일정이 길지 않았고 곧 방글라데시로 돌아가기 때문에 지갑을 찾을 시간이 없었다. 이 씨는 곧바로 방글라데시로 돌아갔고, 얼마 뒤 한국에 있는 동생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돈이 그대로 들어있는 지갑이 택배로 도착했다는 것. 그것도 귤 한 박스와 함께.

택배 속에는 메모 한 장이 있었다. ‘낚시 가는 길에 주웠습니다. 연락처가 안에 없어서 주민등록상 주소로 붙입니다. 보내는 김에 밀감 좀 넣어 보냅니다. 앞으로 지갑 잘 챙기시길’

순간 이씨는 마음이 짠해졌다.

이 씨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글이 올라 온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댓글의 열기는 물론 글을 읽고 따뜻해진 사람들의 마음도 식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각박한 세상에 눈물 나도록 감동적인 얘기’라며 지갑을 돌려준 선행에 찬사를 보냈다. 

지갑을 찾아준 사람은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에 사는 문모(31.여)씨 부부. 지갑은 낚시를 하러 가던 남편이 주웠다. 문 씨는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3년 전 남편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와 귤 농장을 하고 있다.

문 씨는 <제주의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예전에 지갑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그때 택배로 지갑이 돌아와서 너무 기뻤다”며 “나도 그때 받았던 은혜를 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오히려 부담스럽다”며 “최근 귤 주문이 늘어 일손이 부족할 정도다.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고 몸을 낮췄다.

문 씨는 "귤 농장을 광고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혹시나 오해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며 실명공개를 극구 사양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인턴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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