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보고 싶지만, 프로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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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반납하고 구슬땀 흘리는 제주국제대 야구부

▲ 제주국제대 야구부 선수들이 명절 연휴도 반납하고 서귀포에서 동계훈련에 열중이다. ⓒ장태욱

그동안 헤어졌던 가족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음식도 나누고 덕담도 주고받는 명절입니다. 취업걱정으로, 경기침체로, 조류독감으로 근심거리가 많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대하는 친지나 친구들은 반갑기만 합니다.

그런데, 명절도 마다하고 청춘을 불태우는 젊은이들이 있어서 만나봤습니다. 지난 98년 3월에 팀이 결성되어 창단 16년이 되는 제주국제대학교 야구부(감독 남재욱) 선수들입니다.

제주국제대 야구부도 그동안 전국에서 약체로 분류되었습니다. 게다가 학교 이름도 자주 변경되었기 때문에 제주도 밖에서는 제주국제대의 이름을 들어본 이가 매우 드믄 실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즌 한화이글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제주국제대 출신 투수 송창현의 활약과 더불어 제주국제대 야구부는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송창현 선수의 2013년 시즌 성적은 비록 2승8패에 머물렀지만, 방어율이 3.70에 불과해 류현진과 박찬호의 공백을 매울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송창현 투수의 활약이 제주국제대 야구부에게는 ‘프로 한 명 진출’ 이상의 큰 의미를 지닙니다. 고교시절 1루수로 활약했던 송창현을 투수로 발굴한 이석구 국제대 투수코치는 “우리도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 게 후배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 국제제 선수들이 피칭연습을 하는 모습. 송창현 선수가 프로구단 한화에서 투수로 활약하면서 제주국제대 야구부가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장태욱

사실 국제대 야구부는 고교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들이 모여 구성된 팀입니다. 고교 졸업 선수들 중 가장 우수한 선수들은 프로구단으로 가고, 그 다음 선수들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소위 ‘야구 명문대학교’로 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제주국제대 야구부는 ‘갈 데가 없는 선수들’이 모인 팀입니다. 그래도 재능이 부족한 선수들의 숨은 재능을 찾아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국제대 코치진이 할 일이라고 합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을까요? 제주국제대 야구부는 올해도 외야수 박준혁을 한화에 입단시켰습니다.  

명절 연휴에도 선수들은 강창학야구장과 공천포야구장을 오가며 훈련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 중에 유독 눈에 때는 투수가 한 명 있습니다. 우선 체력이 좋아 보이고(나중에 확인했더니, 키 185cm/체중 83kg), 구속도 빠른데다 얼굴도 미남입니다. 3학년 인진교 선수입니다.

 

▲ 3학년 인진교 선수. 고등학교 시절에는 외야수를 봤는데 국제대에서는 외야수와 투수를 병행하고 있다. 프로구단이나 '야구명문대학'에 못들어가 국제대로 왔지만, 이후 프로구단에 입단하기 위해 제주에서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장태욱

인진교 선수는 인천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어떻게 제주도까지 오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여기밖에 올 데가 없었어요”고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인진교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까지 외야수를 봤습니다. 인천고등학교의 시즌 성적이 좋았는데도, 인진교 선수의 타율이 낮아서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제주국제대 야구부에서는 “선후배 간 갈등 없이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고, 코치님이 시합 때 멘탈을 조절하는 요령을 잘 가르쳐 주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감독님과 코치님의 권유로 투수와 외야수를 오가며 활약하는데, 지난 가을에 열린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시속 138km를 찍었다”며 “올해는 140km도 자신한다”고 말합니다.

혹시 여자 친구가 있는지 물었더니, “올해 만난 사이인데, 전화로 자주 연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명절 연휴동안 여자 친구와 만나 놀고 싶지만, 프로구단에 가기 위해서는 참고 연습에 열중해야 한다”며 냉정을 잃지 않았습니다.

 취업난은 지금 20대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떤 이는 ‘아프니까 청춘’이니, ‘청춘이니 자신감을 잃지 말라’느니 하는 이야기로 이들에게 훈수를 두려 합니다. 그런데 코치진과 함께 일년내내 운동장에서 청춘을 불태우는 이들에게 무슨 훈수가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열열히 응원할 밖에. <제주의소리>

<장태욱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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