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4.3해외 미술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후끈

 

▲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관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이번 전시를 성사하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한 마리오 우레베 작가(왼쪽에서 세번째)가 전시장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Kip Kania

미국을 찾은 4.3 미술전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시 소노마카운티미술관(SCM)에서 개막한 제주4.3미술전 ‘동백꽃 지다 : 제주 4.3을 담아낸 한국 현대미술가’전이 의미있는 반응들을 얻어내고 있는 것. 

기억, 화해, 치유 총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로비공간과 아트숍을 비롯해 기획전시실 등 100여평의 1층 공간을 채웠다.

시작부터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프닝 당시 100여명의 관람객들은 전시 개막일 전까지 무려 14개월 동안이나 비가 오지 않았다며 제주의 작가들에게 “비를 몰고 온 손님들”이라고 환영했다. 산타로사시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LA 또 캐나다 밴쿠버와 하와이에서 찾아온 관람객도 있었다.

다이안 에반스 SCM 관장은 인사말에서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다른 도시들로 이 전시가 순회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8일부터는 전시와 함께 강연과 심포지엄이 열렸다. 강요배 작가는 차분한 어조로 제주민중항쟁사를 엮은 자신의 ‘동백꽃 지다’ 시리즈의 작품들을 설명했다.

‘제주 4.3민중항쟁과 미국’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미국이 당시 작전통제권을 매우 직접적으로 행사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미국에게 도의적 책임 뿐 아니라 법률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의 제주 4.3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미국은 4.3에 대한 윤리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심포지엄에 나선 현기영 작가. ⓒKip Kania

9일 오전에는 소설가 현기영의 ‘기억투쟁으로서의 문학’ 주제 강연이 있었다. 현 작가는 “이긴 자의 기억에 대항해 패배한 자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긴 자의 기억과 대치시키는 작업이 작가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뚜렷한 반응도 있었다. 강연 후 버클리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 중인 윤미리 학생이 “우리 세대의 몫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현 작가는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기억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기억의 전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미술평론가 김종길, 강요배 화백, 민영순 캘리포니아대 교수은 ‘20년간 축전된 4.3미술제와 그 이후의 향방’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4.3을 주제로 한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과 임흥순 감독의 ‘비념’ 상영회도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는 “왜 이렇게 중요한 전시가 이 미술관에서만 열리는지 의문을 제기한 참가자도 있었다”며 현지분위기를 전했다.

현지매체 KRCB의 라디오방송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들도 일제히 이 전시회를 보도했다.

산타로사에서 발간되는 ‘The Press Democrat’은 4.3의 역사적 배경과 전시 작품들을 자세히 설명하며 “이번 전시가 제주인들에게는 회복의 과정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전시를 보고 배우고 갔으면 한다”는 박물관 측의 발언을 실었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4일까지 계속된다. 4.3을 주제로한 회화, 판화, 혼합매체, 조각, 다큐멘터리 등 18명의 작품 26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SCM과 아트스페이스씨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도가 후원한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