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4.3해외 미술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후끈
미국을 찾은 4.3 미술전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시 소노마카운티미술관(SCM)에서 개막한 제주4.3미술전 ‘동백꽃 지다 : 제주 4.3을 담아낸 한국 현대미술가’전이 의미있는 반응들을 얻어내고 있는 것.
기억, 화해, 치유 총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로비공간과 아트숍을 비롯해 기획전시실 등 100여평의 1층 공간을 채웠다.
시작부터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프닝 당시 100여명의 관람객들은 전시 개막일 전까지 무려 14개월 동안이나 비가 오지 않았다며 제주의 작가들에게 “비를 몰고 온 손님들”이라고 환영했다. 산타로사시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LA 또 캐나다 밴쿠버와 하와이에서 찾아온 관람객도 있었다.
다이안 에반스 SCM 관장은 인사말에서 “기회가 된다면 미국의 다른 도시들로 이 전시가 순회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8일부터는 전시와 함께 강연과 심포지엄이 열렸다. 강요배 작가는 차분한 어조로 제주민중항쟁사를 엮은 자신의 ‘동백꽃 지다’ 시리즈의 작품들을 설명했다.
‘제주 4.3민중항쟁과 미국’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종민 전 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은 미국이 당시 작전통제권을 매우 직접적으로 행사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미국에게 도의적 책임 뿐 아니라 법률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의 제주 4.3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미국은 4.3에 대한 윤리적 책임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전에는 소설가 현기영의 ‘기억투쟁으로서의 문학’ 주제 강연이 있었다. 현 작가는 “이긴 자의 기억에 대항해 패배한 자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긴 자의 기억과 대치시키는 작업이 작가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뚜렷한 반응도 있었다. 강연 후 버클리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 중인 윤미리 학생이 “우리 세대의 몫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현 작가는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기억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에게 ‘기억의 전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미술평론가 김종길, 강요배 화백, 민영순 캘리포니아대 교수은 ‘20년간 축전된 4.3미술제와 그 이후의 향방’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4.3을 주제로 한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과 임흥순 감독의 ‘비념’ 상영회도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혜경 아트스페이스씨 대표는 “왜 이렇게 중요한 전시가 이 미술관에서만 열리는지 의문을 제기한 참가자도 있었다”며 현지분위기를 전했다.
현지매체 KRCB의 라디오방송을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들도 일제히 이 전시회를 보도했다.
산타로사에서 발간되는 ‘The Press Democrat’은 4.3의 역사적 배경과 전시 작품들을 자세히 설명하며 “이번 전시가 제주인들에게는 회복의 과정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전시를 보고 배우고 갔으면 한다”는 박물관 측의 발언을 실었다.
이번 전시는 오는 5월 4일까지 계속된다. 4.3을 주제로한 회화, 판화, 혼합매체, 조각, 다큐멘터리 등 18명의 작품 26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SCM과 아트스페이스씨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도가 후원한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