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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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후 칼럼> 노인 행복시대 실천할 인물들 많이 당선되기를

“고령화를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이미 죽은 사람들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 공동체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들의 생존과 관련된 노령연금 등 기본소득 문제만 크게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늙어감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나 진지한 사유가 없다. 정치인들은 선거를 좌우하는 노인층 표만 계산하기에 바쁘다. 나이 먹기를 거부하는 일부 노인들의 일탈된 행동이나 권력에 대한 탐욕이 노인의 경험이나 지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노인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은 노인문제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괴테가 말한 “악마는 노인이다”라는 표현이 현실화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우리나라 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는 2013년에 12.2%인 600만명을 넘어섰고 2030년에 24.3%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1년 65세 이상의 빈곤율은 OECD 국가 평균 13.5%의 3배 이상인 45.1%로 1위였다. 특히 독신 노인의 빈곤율은 76.6%에 달했다. 2012년 공적·사적 연금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는 55~79세 인구의 46.9%로 월평균 39만원이었다. 2010년에 6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80.3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로 올라섰다.

새벽부터 일터로 나가는 노인들도 있지만 바쁜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은 많은 노인들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주요 이동수단은 대중교통인 버스나 65세 이상이면 무료인 지하철이다. 노인들은 교복으로 호칭되는 등산복을 입고 목적지로 향한다. 명품이나 중저가 브랜드로 구분되는 등산복은 노인들의 처지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노인의 등산복이 교복으로 불리는 것에 모멸감을 느껴 차별화된 패션을 뽐내는 노인들도 있다.

자가용이 없는 젊은층과 노인들은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좌석을 두고 다투는 풍경은 흔한 일이 되고 있다. 노인들을 배려한 노약자석은 자리 경쟁이 치열하고, 다른 좌석에서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에 열중하거나 아예 모른채 눈을 감고 잠자는 시늉을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에게 노인들은 폭탄처럼 두려운 존재가 되고 있다. 반면, 노인들은 “젊은이들이 위아래가 없고,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고 비난하기 일쑤다.

노인들의 독거사나 갈 곳이 없어 떠도는 노인들의 처지는 화제거리도 못된다. 미국의 햄버거 매장에서 쫓겨난 사례처럼 노인들의 차별문제나 흉악 범죄행위가 보도될 정도다. 노인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은 수도권에서 파고다 공원·종묘부터 지하철 무료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천안· 아산·소요산 등지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일부 여유있는 노인들은 인사동이나 골프장으로 향하지만 극소수다. 동네마다 경로당이 있지만 이용자가 많치 않다. 무능력자로 비하하는 광고의 주인공인 노인 빈곤층, 택배·청소·경비 일에 열중하고 있는 노인, 애국만이 살 길이라는 가스통 할베 등이 각양각색으로 공존하고 있는 형국이다.

노인들은 언제라도 빈곤, 질병, 배제와 외로움, 세대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말살되는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수 있다. 경제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어딜가도 대접하거나 알아 주지 않는다는 현실이 좌절감을 더욱 부추긴다. 공동체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버려질 존재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악셀 호네트는 “그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와 삶의 가치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늙음과 인정투쟁이 만나면서 느끼는 모멸감이 극우적인 막가파식 행동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노인문제는 가족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공동체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 사회적 배려를 위한 넓고 촘촘한 보호망을 제공해야 한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산업 및 고용정책, 가족제도, 세대 관계, 복지구조, 공간배치, 놀이문화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노인 연금·의료·돌봄 서비스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사회적 인정을 받고 품격있는 노인으로 즐겁게 살 수 있는 노인복지를 구체화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노인들의 자립심과 능력발휘, 호기심을 북돋을 수 있도록 노인문화를 바꿔야 한다. 우선 술과 화투, 노래 등 여흥에 치중하는 동네 경로당을 노인 친화적인 놀이공간으로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노인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젊음 세대와 소통하는 노인 행복시대를 실천할 인물들이 많이 당선되기를 기대한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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