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희생자 유족이 각명비를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첫 국가추념일 4.3행사 대통령 불참...유족들 환영과 아쉬움 교차

“아버지, 오라버니, 시아버지, 시어머니 다 잃었어. 66년만에 한은 풀었지. 그런데 이런 날 대통령이 안오다니 섭섭해. 정말 섭섭해”

첫 국가추념일로 치러진 4.3희생자추념식에 대통령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저마다 국가추념일 지정에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대통령 불참의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추념식 본 행사를 앞두고 제주평화공원에 마련된 각명비를 찾은 강정자(82)할머니. 비석에 새겨진 아버지와 오라버니의 이름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강 할머니는 4.3으로 가족 대부분을 잃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느닷없이 군인들이 집안으로 쳐들어 오더니 아버지와 오라버니, 사촌 오라버지를 연이어 붙잡아 갔다.

옆 마을 북촌리도 마찬가지였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마저 4.3의 광풍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게 가족 대부분을 잃은 강 할머니의 가족은 대가 끊겼다.

▲ 희생자 유족이 각명비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희생자 유족이 각명비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남편마저 떠나자 강 할머니는 홀로 4.3때면 아버지와 시댁의 제사를 챙기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거동이 불편해 위령제 참석이 어렵지만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죽기 전에 4.3위령제가 국가행사로 치러지니 좋지. 이제야 아버지도 눈을 감을 것 같아. 다행이야. 명예가 회복된 것으로 만족해. 대통령이 왔다면 더 좋았을 텐데”

4.3때 아버지를 잃은 오문자(74) 할머니도 대통령 불참이 끝내 서운했다.

“생각해봐. 우리가 무슨 잘못이야. 집에 있는데 다 잡아갔어.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죽었지.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나. 대통령이 한번 찾아서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야지. 너무 아쉬워”

정부는 ‘4.3희생자추념일’ 지정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3월24일 공포되자 4.3을 국가행사로 격상시켰다. 4.3 발발 66년만이다.

▲ 희생자 유족이 각명비에 두고 간 국화 한송이.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정문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4.3추념식 지정과 박근혜 대통령 불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4.3추념일 지정 목소리는 2003년 3월29일 제7차 4.3중앙위원회에서 나왔다. 그해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4.3유족과 도민에게 사과하면서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이 풀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12월 제주지역 대선 공약으로 추념일 지정을 내걸었다. 약속은 지켰지만 정부가 주최하는 첫 추념식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 불참으로 유족들은 추념식 보이콧 등 집단 행동까지 예고했으나 행사 하루 전 정홍원 국무총리가 국회 일정을 오후로 미루고 참석의사를 밝히면서 파행을 막았다.

정문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추념일 지정은 대통령의 올바른 판단이자 결단이었다. 유족을 대표해서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제 시작이다. 완전한 4.3해결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대통령 불참에 대해서는 “억울하게 죽은 넋을 대통령이 풀어주지 못해 아쉽다. 올해 국무총리가 참석했지만 내년 4.3에는 대통령이 꼭 평화공원을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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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생자 유족이 위령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희생자 유족이 각명비를 바라보며 유족의 이름을 어루만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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