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지질트레일] (1) 민·관이 팔을 걷어붙인 야심작 '개봉 박두'

천만 관광객 시대에 접어든 제주에서 '지질 관광'과 '생태 관광'의 결합이 승부수로 뜬다. '유네스코'를 내건 브랜드 활성화 사업의 일환인'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이 곧 개장한다. <제주의소리>가 80만 년 만에 베일을 벗은 지질트레일을 3차례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 사계포구에서 바라본 산방산과 형제섬.

화산 섬 제주 곳곳에 퍼져있는 화산 지형들은 약 180만 년 전부터 1000년 전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됐다. 이 가운데 약 80만 년 전에 생겨난 산방산은 큰형님이라 불릴 만 하다. 종처럼 생겼다 해서 종상화산(鐘狀火山)으로 분류되는 이 산은, 깎아지른 듯 가파른 기울기를 자랑한다. 산이 형성되던 시기에 분출되었던 마그마의 점성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인근 해안가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은 산방산과는 태생이 다르다. 제주도에는 같은 화산체라도 근원에 따라 다른 모양새를 띤다. 용머리해안은 100만 년 전, 수성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환의 일부이다. 이곳은 3개의 화구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제각기 엉켜있어 기이한 무늬를 자아낸다. 마그마와 바람과 파도의 3중주가 빚어낸 걸작이다.

▲ 산방연대에서 내려다 본 형제섬과 송악산, 마라도.

두 곳이 버텨낸 억겁의 세월 따라 인근 마을인 안덕면 사계리, 화순리, 덕수리도 온갖 것들을 품었다. 척박한 섬 땅을 일구고 맵찬 바람과 맞서야 했던 제주인의 삶과 정서가 그대로 녹아들면서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틔워냈다. 지난 2010년 유네스코의 인증을 얻어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오는 5일 오전 9시30분, 이 일대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지질트레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관광공사(사장 양영근)가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 열림 행사'를 연다.

이번에 선보이는 지질트레일은 지난 2011년 고산 수월봉 지역을 엮은 수월봉 트레일에 이은 두 번째 코스다.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수천 겹의 지층을 따라 걷는 길이었다면,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이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번 코스 개발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트레일 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트레일 코스 선정, 지질자원 및 지역 콘텐츠 발굴, 안내표지판 디자인, 마을해설사 양성, 지질 특화상품인 지오푸드(Geo Food) 개발,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지질문화축제 콘셉트 도출 등에 매진했다. 뿐만 아니라 마을주민이 중심이 되는 관리 운영 방안도 심혈을 기울였다. 마을주민이 주체가 돼야 지속가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A코스의 뷰 포인트인 단산. 제주의 아픈 역사를 품은 곳이기도 하다.

이번 트레일 코스는 총 2개로 짜였다. 사계-덕수리를 돌아오는 A코스(14.5km)와 사계-화순-덕수리를 경유하는 B코스(14.4km)다. 소요 시간은 각각 4시간~4시간30분이다. 썰물 때만 곁을 내어주는 용머리해안을 염두에 둔 까닭이다. 짧은 탐방을 원하는 탐방객들을 위한 10.7km의 단축코스도 구축됐다.

A코스는 인근 마을의 문화와 역사, 전설, 생태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형제해안로와 단산, 베리돌아진밧 등이 뷰 포인트다. 하모리층과 사람발자국 화석 등 살아있는 지질학 교과서를 만나는가 하면 덕수리의 자랑거리인 불미공예도 체험해볼 수 있다.

B코스는 제주의 민낯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방굴사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물론 화순 방향으로 펼쳐진 금모래 해변과 제주 생태의 보고인 화순곶자왈이 압권이다. 또한 과거 논농사를 짓기 위한 수로와 소금막 등 척박한 제주의 환경에 맞서온 제주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걷다가 지칠 쯤엔 용머리해안 카스테라, 하모리층 쿠키 등 지오 푸드(Geo Food)도 맛볼 수 있다. 또한 마을 주민들이 농수산물&가공품 판매코너 운영을 맡아 마을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이끌어 지속적인 트레일 운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썰물에만 들어갈 수 있는 용머리해안 산책로.

이날 행사는 오전 9시 30분부터 마을주민 문화예술 공연과 경과보고, 길열림 환영사, 트레일 추천사 등 사전행사를 치르고 지질트레일 A코스를 걷게 된다. 도내외 주요 인사들은 물론 국내 지질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석을 예고했다.

마을 주민이 주축인 만큼, 이들의 열렬한 환영행사도 준비됐다. 코스 곳곳에서 지난 몇 달간 지질문화교육을 이수한 마을지질해설사가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사계리 어촌계는 싱싱한 해산물을 판매하는 한편 KBS 인기 프로그램인 1박2일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해녀복 입기도 체험도 마련한다. 사계리 부녀회는 사람발자국 화석과 대정향교의 중간지점에서 인근에서 직접 기른 제철 과일과 주스를 판매한다. 형제해안로와 단산 아래를 무대로 지역 청소년들의 공연도 준비됐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융복합사업단장은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제주의 지질자원과 지역색 가득한 역사·문화 등 인문자원과이 융복합된 '지질관광' 상품이다. 지질공원 활용으로 마을주민에게 경제적 이익의 환원을 추구하는 '생태관광'의 모습을 띠었다"며 "올해 예정되어 있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제주의소리>

<김태연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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