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항 고무 방충재 대부분 훼손…쇠 볼트 '삐죽삐죽' 아슬아슬
매우 강한 중형 태풍 너구리가 북상하면서 내일(8일)부터 제주도와 남해안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안항인 제주 한림항에 정박 중인 화물선들이 심각한 침수 위협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림항 상항구의 안벽에 설치된 선박 접안용 방충(防衝) 시설인 일명 ‘휀다’로 불리는 고무방충재가 대다수 떨어져 나가 보수·교체가 필요한데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무방충재가 잇단 선박 접안 과정에서 닳아 떨어져 나가면서 방충재를 고정하기 위해 설치한 대형 앵커볼트가 그대로 노출된 상태여서 접안 중인 선박 표면을 심각히 훼손시키고 있고,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맞물려 경우에 따라선 선박 침수 위험까지 제기돼 문제로 지적된다.
고무 방충재는 항구 안벽에 부착되어 선박 접안시 발생하는 충격으로부터 구조물은 물론 선박의 파손을 방지하는 시설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 한림항의 화물선 접안 구역인 ‘상항구’의 고무 방충재는 대다수가 낡고 상당수는 아예 떨어져 나가 한눈에 보기에도 훼손이 심각한 상황인데 보수나 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고무 방충재를 고정했던 대형 앵커볼트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여서 선박 외부 표면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고, 장기 방치시 노출된 볼트와 항만 안벽 콘크리트에 선박 표면이 마찰이 일어나면서 선박 파손과 침수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화물선사 관계자 A씨는 “지난해부터 훼손된 고무 방충재에 대해 보수보강이나 교체가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배를 접안하기가 겁이 난다”며 “현재 항만 안벽에 앵커볼트가 노출된 상태여서 심하면 배 외부 철판에 구멍이 생길수도 있어 걱정이다. 당장 태풍이 낼 모레인데 보수 요청에는 답이 없고, 언제 개보수가 이뤄졌는지 기억도 없다”며 행정의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다.
이와 관련, 항만관리를 맡고 있는 제주시는 지난 6월초 한림항의 접안시설인 고무방충재가 노후 되어 안전이 우려된다며 보수·보강을 제주도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주도 관계자는 “현황은 다 알고 있다”라고 전제하고, “한림항이 연안항이다 보니 올해 무역항부터 보수보강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항만 유지보수 예산이 올해 남으면 하반기에 보수·보강하고 예산이 남지 않으면 내년에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4일 오후 태풍 '너구리'가 북상함에 따른 ‘특별지시 사항 1호’를 내리면서 "북상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5일 밤부터 집중호우가 예상됨에 따라 도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정철학을 유념해 장마철 안전대책 추진에 특단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원 지사는 또,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도와 행정시(읍면동 포함)는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 같은 원 지사의 ‘특별지시’가 당장 눈앞에 피해가 불 보듯 보이는데도 예산 타령에 익숙한 제주 공직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돌려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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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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