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인문학으로 새로운 제주 꿈꾸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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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눔 릴레이] (25) 신윤경 봄정신의학과 원장 & 장경식 봄 연구소 소장

참가와 동시에 참가비의 일부가 자동 기부되는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대회’, 어려운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홀씨를 퍼뜨려온 [제주의소리]가 한국의 대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가게’ 신제주점(매니저 김정민)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제주지역 명사(名士)는 물론 나눔행렬에 동참한 일반 시민들이 각자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을 기증하는 ‘아름다운 나눔릴레이’이다. 이 소중하고 특별한 물건의 판매 수익금은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를 통해 출산·육아 비용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산모들에게 전달된다. [제주의소리]는 기증품에 얽힌 사연을 통해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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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인 신윤경 봄정신의학과 원장(왼쪽)과 장경식 봄 연구소 소장. ⓒ 제주의소리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만남. 두 부부가 퍽 잘 어울려보였다. 봄정신의학과의 신윤경(45) 원장과 이 병원 병설인 봄연구소의 장경식(54) 소장. ‘숲’을 사랑하는 의사와 인문학을 바탕으로 노가다를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심리학 전공 인테리어 전문가.

이들은 6년전 서울에서 이주했다. 특히 신 원장은 대학병원의 조교수였다. 이주민에게 가장 뻔한 질문. 하지만 이 물음을 꺼내야만 발견되는 사실들이 많기에 ‘왜 제주로 왔냐’고 바로 물었다.

“첫째는 너무 소진됐고 죽을 거 같았으니까요. 일주일에 116시간을 일했으니까 정말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였어요. 이렇게 이렇게 살다가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었죠. 또 다른 하나는 모험이었어요. 살아본 인생과 다른 모험이었죠. 그리고 새로운 솔루션에 대한 탐색이기도 했어요.”

그렇게 이들 부부는 2008년 7월 제주 땅을 밟는다. 차분히 주변을 살펴보다 보니 이 곳은 변방이 아니라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들이 가득했다. 신 원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만든 ‘곶자왈 숲 연구’가 탄생한 바탕이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숲 걷기의 효능을 다룬 ‘숲과 체육관에서 명상적 걷기와 운동적 걷기’를 비교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운동하기 위해 실내에서 움직이는 것과, 숲에서 천천히 사유하며 명상하듯 걸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과 불안감이 감소하고 자존감과 행복감은 크게 증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숲 속에서의 걷기, 제주자연의 놀라움을 알린 것. 하지만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기관 소속이 아닌 개인이 150명에 가까운 인원을 실험군으로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겨운 일이었고, 비용과 시간도 어마어마했다. 실험군을 세팅하고 통제하고, 적지 않은 보조인원들을 구하고, 서울의 타 연구소와의 공동작업도 필요했다. 병원 근무시간 외에 진행해야 했으니 몸이 고생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치유하러 온 제주에서 이게 웬 또 고생이냐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더 힘들었던 건 새로운 길을 가는 데 대한 편견. 국내에서 이런 논문을 낸 일도 없었거니와 기존 학계의 시선도 싸늘했다. 산림효능에 대해서는 생물학자의 영역으로 미루고, 의학계는 이런 신 원장의 연구를 대체의학으로 보고 경시하는 경향성이 있었던 것.

하지만 당장 결과가 나오니 언론들부터 주목했다. 스칸다나비아 숲 연구 학술지에 실렸고 여기저기서 힐링 아일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봤다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남편 장 소장도 본격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했다. 병원 부설로 세운 봄연구소다. 아내의 병원의 병실로 달려있는 이 연구소는 제약회사나 대형병원의 그것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약물 대신 인문학이 재료였고 임상실험 대신 사람들과의 모임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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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식 봄 연구소 소장이 세미나실 격인 '너른마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유목민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병원 한 켠에서 서평회, 대담, 강좌, 영화감상, 하우스콘서트, 세미나가 이어졌다. 유시민 전 장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강단에 섰고 인터넷 게임중독 치료와 관련해 국내 전문가들이 모인 중독포럼에서 워크샵을 열었다. 오는 18일에는 서승 리츠메이칸대학 교수가 온다.

장 소장이 서울에 있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한 푸른역사아카데미와 유사한 듯 하다. 물론 차이점은 더 좋은 제주사회를 바라는 마음으로 채워졌다는 것. 이러한 가치에 공감하는 70여명이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한 영웅에 의해서 사회가 궁극적으로 변화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고 좌절한 적이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은 두터운 시민사회를 형성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다면 시민사회를 생각하는 힘으로 무장해야 됩니다. 건강한 시민사회를 만들려면 인문학이 요원하지만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죠.

건강한 시민이라는 건 환경에 영향은 받지만 주관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진행시킬 수 있고, 그 자신의 사고에 선택된 일에 대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각오가 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이 두텁게 형성이 되야지만 정권이 국민을 우습게 보거나 농락하거나 기만하지 않습니다.”

아내인 신 원장이 발병한 이들을 위해 일을 한다면, 장 원장은 예방의학적인 접근인 셈이다. ‘아직 아프지 않은 이들을 위한 마음공부의 매뉴얼’을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이 병원과 연구소가 위치한 건물은 인테리어부터 특이한다. ‘공간은 사람이 숨쉴 공간을 가지는 거지 천장이나 바닥 장식이 아니’라는 장 소장 특유의 철학이 배어있다.

미술작품들이 걸린 병원은 많지만 여기에 본드 사용을 최소화한 친환경 인테리어와 원목으로 통일해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고, 출입문 하나하나 마다 서예로 병원만의 철학이 담겨있고, 신영복 작가의 글씨가 한 면으로 가득찬 세미나실을 보기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아름다운 나눔 릴레이’에 내놓은 작품도 신영복 작가의 글씨다. ‘너른마당’이라는 글씨가 깊게 새겨져 있다. 7년전 신영복 작가가 기부를 위한 마련한 작품전에서 구입했다. 이 ‘너른마당’은 봄연구소의 주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에 대한 이름이기도 하다. 작품 구석구석에 적힌 글씨에서 작은 공동체에 대한 지향이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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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윤경 원장, 장경식 소장 부부가 아름다운가게와 제주의소리가 진행중인 '아름다운 나눔 릴레이'에 동참하며 기증한 신영복 작가의 서각작품 '너른마당'. ⓒ 제주의소리

두 사람 다 할 일이 많다. 숲이 지닌 치유효과를 밝혀내는 연구는 아직 불모지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사회를 가득 채우는 일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한 가지 다행인 건 여기가 제주라는 점이다. 사방에 이들이 찾는 솔루션이 숨어있고, 다른 공간과는 차별화되는 가능성과 비전이 새겨져 있다. 게다가 도시였다면 찾을 수 없는 여유도 있다. 훨씬 덜 지치고 금방 회복한다.

제주에서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꿈꾸는 이 섬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남편 장 소장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

“자발적 의지로 제주도를 사랑한 외지인을 새로운 수혈이라고 봐야합니다. 현지인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면 제주발전을 없습니다. 유기적으로 새로운 문명과 결합한 것은 발전했고 아니면 다 죽었습니다.

그런면에 있어서 여기 와 있어서 저는 4년 될 때 회의를 느꼈습니다. 제주출신이 아니고서는 아무리 유익한 일을 했다 해도라도 이장도 못해먹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최근 제주도가 각광받아서 많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이 떠난다. 그런 것들이 아깝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무분별한 개발. 지금 온 섬이 완전히 토목공사 중입니다. 육지화되려는 미련을 빨리 버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싱가폴이나 홍콩 같은 답습은 쫓아갈 수도 없고 절대로 해법이 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제주도가 육지화가 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이상 제주도를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주] 신영복 작가의 작품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064-749-0038)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각별한 사연이 깃든 소중한 물건, 남다른 의미를 가진 귀한 소장품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분들은 아름다운가게 신제주점이나 제주의소리(064-711-7021)로 연락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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