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비양봉에 올라/강지수 제주중앙여고 1학년

섬속의섬.png
▲ 비양도에서 찍은 단체사진. ⓒ강지수
  여름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는 8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제주문화포럼 앞이 북적였다. 제주문화포럼에서 추진하고 있는 환경체험 교육프로그램의 일원으로 계획된 비양도 탐방이 바로 오늘이다. 전날 밤의 세찬 빗줄기가 아침까지 이어져 혹여 비양도 뱃길을 막을 까 걱정했지만, 걱정과 달리 도항선도 정상적으로 운항되고, 선선하니 탐방가기 딱 좋은 날씨다. 이번 탐방에는 김세지 문화포럼 원장님을 비롯한 문화포럼 회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제주도민들이 많은 신청을 해 주었다고 한다. 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의 동행 기자로 나와 연진이가 여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비양도에 도착한 후 우리가 맨 먼저 향한 곳은 비양봉. 한라산연구소 김대신 연구사님께서 일일해설사로 우리를 이끌어 주셨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비양나무 자생지인 비양봉은 생태학적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된다고 한다. 여러 종의 식물들이 어우러져 사는 비양봉을 오르며 해설사님의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니 마치 생태학자가 된 느낌이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내내 눈길을 끈 대나무 숲이 비양도가 왜 ‘죽도’라는 별칭을 가지는 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정상 부근에 설치된 망원경으로는 한림마을에 물씬 풍기는 사람냄새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에 가득했던 구름이 싹 걷히며 뜨거운 햇볕이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비양봉에서 내려와 보니 또 하나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눈앞으로 펼쳐진 제주의 푸른 바다와 직진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해안 산책로.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웠던 점은 해안도로를 잇기 위해 중간에 있었던 비양도 유일의 모래사장을 간척해 버렸다는 것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애기 업은 돌’ 이라고 불리는 부아석과 ‘코끼리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기암괴석이 두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다음으로 ‘비양도’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펄낭못 산책로를 걸었다. ‘펄낭’이라 불리는 초승달 모양의 이 호수는 ​길이 500m, 폭 50m의 염습지이다. 과거 비양도 주민들은 펄낭못의 진흙을 건축자재로 썼다고 한다. 1959년 태풍 ‘사라’가 비양도를 강타하면서 높은 파도가 육지로 넘어와 생성된 것이 시초이고, 현재는 수백 종의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큰 규모의 습지이다. 이 곳에서 배우 고현정 주연의 SBS드라마 ‘봄날’의 명장면이 나왔다고 한다. 우리는 펄낭못의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러 식당으로 향했다. 향긋한 바다 향기에 푸짐한 인심까지 더해진 보말죽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이렇게 해서 짧았던 비양도 탐방이 끝이 났다. 다시 15분 동안 배를 타고 한림항으로 돌아왔다. 이 탐방은 나에게 비양도의 생태학, 지질학적 가치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기자로서의 나의 자질을 다질 수 있었던 기회였다. 탐방에 동행 해주신 문대탄 전(前) 제주일보 논설위원께서 편한 동네 아저씨처럼 들려주신 기자 생활 에피소드들은 나를 더욱 준비된 기자로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기획, 준비해주신 문화포럼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를 표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