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사는 이야기 ㉑> 85년 후, 제주도민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새해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게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다. 혹자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지금 22세기를 말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서기 2000년을 돌이켜보자.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한다고 온 세계가 난리법석을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미래는 도적같이 오고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서민들에게 22세기는 허깨비 같은 얘기고 나이 든 어르신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지도외할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정치인이나 교육자, 백성의 살림을 돌봐야 하는 행정가들은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떤 삶을 물려줄 것인지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준비하는 자가 미래를 선도하고 선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차 소위 ‘글로벌 어젠다’는 인구변동,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 핵 등이 될 것이고 한반도는 통일이 이슈가 된다. 제주도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얼마 전에 발표한 통계청의 ‘2013~2040년 장래 인구추계’에 주목한다. 이 추계에 따르면 2040년 제주도민 10명 가운데 4명가량이 65세 이상 노인이 될 전망이다. 2060년엔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세상이 온다.

이런 인류사의 대변혁을 앞두고 미래의 먹거리, 달리 말해서 미래전략산업 혹은 성장의 엔진이 될 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의 지정학적 위치·인구·기후조건과 경제규모 등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최적의 성장모델은 ①신재생에너지 산업 ②무공해 첨단산업 ③힐링산업 ④해양산업이라고 여겨진다.

첫째, 신재생 에너지 중 전력생산성이 가장 높은 건 풍력(육상·해상) 발전이다. 친환경 청정에너지인 풍력발전을 지금보다 수십, 수백 배로 늘리고 풍력발전기 제조와 수출 등 연관 산업을 일으켜 제주도를 ‘풍차(風車)의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IT·BT·NT·ET 등을 활용한 무공해 첨단산업의 육성이다. 현재 JDC가 추진하는 첨단산업기술단지는 걸음마 단계이다. 이미 우리나라 각처에 첨단산업단지들이 조성돼있다. 제주도가 비교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교육·의료·주거환경에서 국제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세계적인 벤처기업가·과학자·기술자들을 유치하여 제주도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워야 한다.

셋째, 우리 시대의 화두는 ‘힐링’이다. 곳곳에서 힐링투어와 힐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의 4大 장수촌 가운데 3곳이 섬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지구촌 억만장자들이 돈 싸들고 제주로 와서 말년을 보낼 수 있도록 대규모 헬스케어타운과 장수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우리나라 대체의학의 3大 거두인 인산 김일훈(작고), 구당 김남수, 매강 장병규의 민중의술(침·뜸·자연식품)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양방, 한방, 대체의학의 3박자를 갖춘 ‘힐링의 메카’로 거듭나야 한다.

넷째, 22세기 인류는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장면처럼 화폐화하거나 포화상태인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거나 바다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21세기 해양시대’란 명제는 22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해양산업은 제주섬에 열려 있는 무한한 먹거리다. 해산물의 양식·채취·가공뿐만 아니라 해양레저-스포츠, 해양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해상호텔-아파트, 해저도시 건설 등도 장기적으로 구상하면 이 섬은 ‘해양산업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4大산업 관련 원자재의 수입과 생산품의 수출을 위해 물류 네트워크 구축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저터널을 건설하여 제주-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실크로드’를 개통하고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지녔던 탐라 선인들의 해민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승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의 여정인 신라-중국-인도를 뛰어넘어서 제주-중국-인도-중동-유럽을 잇는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함으로써 제주도가 ‘동아지중해론(東亞地中海論)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세계를 향해 육로와 해로가 열리면 ‘제주는 세계로, 세계는 제주로’ 사람·상품·자본의 자유로운 왕래가 이뤄져 명실상부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완성될 것이다.

또 한 가지 명심할 게 있다. 위와 같은 탐라 개국 이래의 대역사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위스콘신 아이디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 위스콘신 주(州)정부와 위스콘신 대학의 거버넌스로 이뤄낸 모범사례가 그것이다. 22세기 장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와 인력을 공급해줄 저장소가 있어야 하고, 그 발원지가 도내 대학들이다. 정부와 제주도가 대학을 대폭 지원해야 하며 대학도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학과개편 등 전문적인 쇄신과 구조조정에 나서야 통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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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대학의 구성원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산업구조 재편과 국제자유도시 완성만이 아니다. 제주도가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사법권까지)을 중앙 정부로부터 이양받아 서구 민주주의보다 더 발달된 고품격의 지방자치를 실시함으로써 도민들이 염원하는 특별자치도의 이상을 구현하고 ‘제2의 탐라국시대’, ‘신탐라시대’를 개막해야 할 것이다.

각 분야의 리더들이 100년 앞을 내다보면서 풍요한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뚝심 있게 밀고 나갈 때 제주의 앞날은 한층 밝아지리라고 확신한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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