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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식 상임지휘자 사퇴, 단원들과의 의견 대립 암시...비상근 지휘자 시스템도 이유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단 상임지휘자가 전격 사퇴했다. 17년 동안 이끌어온 지휘자가 갑작스럽게 사퇴한 배경을 두고 일부 단원들과의 갈등이 지목되고 있다.

양경식 서귀포관악단 상임지휘자는 7일 ‘제주도민과 전국 관악인들게 드리는 글’을 공개하면서 지휘자직을 사퇴했다.

양 지휘자는 이 글에서 단원들과의 갈등이 사퇴의 배경임을 암시했다.

그는 “전국의 수많은 연구소나 대학의 연구실에서 밤새 불을 켜 놓고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는 전문 인력들은 수도 없이 많다”며 “여러분들(서귀포관악단원)이 ‘전문 인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그들의 모습을 본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러분들이 과연 ‘나는 전문 인력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여기에 “당부 드리건대, 단원들 스스로 자정 능력을 키워주시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부단히 변화하려는 노력들을 시도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 지휘자는 “서귀포지역에 변변한 연주단체 하나 없던 시기에 기악 연주단체를 태동시킴으로써 주민들의 음악문화에 대한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관악의 자존을 세워왔던 시간이었다”며 서귀포관악단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과 응원, 충고와 질책을 당부했다.

양 지휘자의 사표는 사퇴의사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다음 날인 8일 수리됐다.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는 곧바로 양 지휘자와 단원 세 명과 각각 접촉해 사퇴배경과 관악단 운영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양 쪽 입장을 모두 들어보면서 서로 의견이 부딪치는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휴가 처리나 연습시간 등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갈등이 쌓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일하게 비상근 지휘자가 운영되는 서귀포관악단의 구조적인 부분을 서귀포시가 방치했다는 점도 갈등의 불씨로 지목받고 있다.

도립 예술단을 비롯해 서귀포합창단 모두 상근 지휘자 체제로 전환했지만 서귀포관악단만 유일하게 비상근 지휘자로 운영돼 왔다.

상근 지휘자 시스템보다 효율적인 연습시스템을 상대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비상근 지휘자 체제로 인해 단원, 지휘자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지역예술계의 평가다. 단원들도 꾸준히 상근 지휘자를 도입해달라고 서귀포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시가 지휘자 자진 사퇴라는 상황이 닥치고 나서야 부랴부랴 신임 관악단 지휘자를 상근으로 공개모집한 사실은 이런 이유를 뒷받침한다.

한편 서귀포시는 1월 8일부터 22일까지 서귀포관악단 상임 상근지휘자 1명을 공개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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