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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현상을 다루는 바이오산업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질병치료, 건강문제, 식량문제 등을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는 2030년이면 정보기술(IT) 혁명을 넘어서는 바이오경제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무형가치가 경제 전반에 걸쳐 유형의 가치를 배가시켜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머지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제주가 갖고 있는 우수한 향토자원, 특히 그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흑우·흑돼지’, 이 새로운 트리플크라'운이 제주를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이끌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제주의소리>가 제주도 바이오산업 발전·육성을 위한 과제를 짚어 본다. <편집자> 

[바이오제주가 미래다] ②제주마, 관광·향장품·식품·바이오산업 가치 ‘무궁무진’ 

세 명의 공주와 망아지·송아지, 오곡의 씨앗이 옥함에 실려 벽랑국에서 탐라국 바닷가로 밀려 왔다. 탐라국 개국신화의 주인공인 고·양·부 삼신인(三神人)이 벽랑국 세 공주를 맞아 혼례를 올렸다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혼인지(婚姻池)’의 지명유래가 된 신화속 이야기다. 학계는 탐라국 신화와 화석유물에서도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제주마가 최소한 청동기시대부터 제주인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 했다. 물론 옛 조상들의 말씀이다. 이제 사람도 제주로 보내고 말도 제주로 보내는 시대가 됐다. 제주의 순유입 인구가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최고수준이고, 정부는 지난해 1월 제주특별자치도를 말산업특구 1호로 지정했다. 

공마봉진(貢馬封進), 산장구마(山場驅馬), 우도점마(牛島點馬), 조천조점(朝天操點), 별방조점(別防操點), 서귀조점(西歸操點) 등. 1702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도내 각지를 순회하며 화공 김남길로 하여금 그림으로 기록하게 한 보물 제652-6호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 나오는 제주마 관련 그림들이다.

 임금님 '용마' 기르던 제주…지금은 말 산업 메카로 성장

제주는 이처럼 예로부터 전국 최고의 말을 키우던 국영목장을 운영했다. 산마장이나 별둔장을 두어 왕실에 바치는 어승마를 생산하기도 했다. 제주도의 오름 중 가장 큰 오름인 ‘어승생악(御乘生嶽)’은 정조 때 이 오름 밑에서 탄생한 용마(龍馬)를 제주목사가 임금에게 바친데 연유해 ‘어승생’이라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탐라순력도(1702년)에 이미 ‘어승생(御乘生)’, ‘어승악(御乘岳)’이란 기록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어승생악 일대에서 어승마로 선택될 만큼 뛰어난 준마를 생산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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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서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를 달리다보면 견월악 인근에 제주도축산진흥원의 ‘제주마 방목장’이 있다.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녹음이 무성한 지금 계절에 제주마 방목장에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제주마를 보려는 관광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와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대가 흐르면서 제주마 관련 산업은 관광을 비롯한 식품·의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더 제주경제 중심축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국내유일의 향토마인 제주마의 가치와 보존 필요성에 일찍 공감해 지난 1986년 제주마를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제주흑우·흑돼지 등 제주 축종(畜種) 중 가장 먼저 천연기념물에 등재됐다.  

전문가들은 말 산업이 사육 농가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안겨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 산업을 선도한 신기술로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와 더불어 HT(Horse Tech, 말생산육성기술)가 주목받고 있고, 이 HT의 메카는 당연히 제주도가 그 중심이다. 

 천연기념물 '제주마' 관광·식품·향장품·바이오산업 자원가치 주목해야 

정부와 제주도는 천연기념물 제주마의 적정(최소) 사육두수를 150마리로 정해 체계적인 혈통보존과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적정 두수를 초과한 잉여두수는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지정해제 심의를 거쳐 농가에 매각시키고 있다. 우수혈통과 다양한 모색의 씨수말을 확보해 제주마의 능력향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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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농가가 보유하게 된 제주마는 경주마, 승용마, 향장품 생산 등 식육마로 활용된다. 지난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 이후 경마 이외의 승마산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초보 입문자용 등 승용마로 일부 이용되고 있고, 말기름과 뼈 등을 이용한 향장품(화장품·비누 등), 그 외에도 각종 건강보조식품 생산 원료로 활용 되고 있다. 특히 제주마를 활용해 개발한 말태반 화장품류는 항염증·항산화 효과가 있어 피부 노화 관리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제주 축산자원 활용한 줄기세포 실용화 연구도 상당한 성과 

무엇보다 미래산업 가치가 가장 큰 분야는 바이오 분야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측은 우수유전형질을 갖고 있는 제주마와 흑우 등 제주만의 축산종들을 보존하고 활용해 각종 난치병 등을 치료할 수 있도록 줄기세포 실용화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관계자는 “제주마·제주흑우 등 제주의 축산자원을 활용한 줄기세포 실용화 연구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줄기세포 연구가 단순히 예산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인적 인프라구축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어려운 작업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연구가 도내 축산농가의 수익 창출과 직결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김경원 제주도축산진흥원장도 “국내 유일의 향토마인 제주마의 체계적 혈통보존 관리체계 확립을 통한 고유의 유전자원을 보호 중”이라며 “제주도가 지난 2009년부터 마필분야를 FTA에 대응,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馬)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제주마 클러스터사업'을 전국 최초로 추진, 마필 브랜드화로 마산업 종합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제주마를 필두로 해서 제주의 대표적 생물자원들이 제주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성장할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역설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제주도 외에도 이미 지자체 10여 곳이 말특구 지정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주도가 첫 말산업 특구로 지정된 만큼 제대로 관리하고 계획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지적이 그래서 힘을 얻는다.

역사적으로 보나 다른 무엇으로 보더라도 제주는 대표적인 말의 고장이다. 제주 말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말의 고장 제주가 국내 말산업 전진기지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하는 당위성도 거기에 있다. 말산업을 통해 발굴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미래 제주의 부가가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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