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듯 '정면돌파' 시사...“작은 구멍 샌다고 큰 구멍 막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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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제69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 특강에 나선 원희룡 제주도지사. ⓒ 제주의소리

최근 제주도의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방침에 대한 농가들의 반발이 드센 상황에서 원희룡 지사가 입을 열었다. ‘작은 구멍으로 새는 것을 못 막았다고 큰 구멍으로 나오는 걸 막지 말라는 식은 안된다’며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또 비상품 감귤 밀반출 선과장은 문을 닫게 할 것이라는 엄포도 놓았다.

제주상공회의소(회장 김대형), 제주도관광협회(회장 김영진)가 주최하고, 제주도·제주은행·제주농협·제주도개발공사가 후원하는 제69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가 22일 오전 7시 제주시 그랜드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원 지사의 ‘혁신 제주이야기’. 민선6기 제주도정 1주년을 앞두고 도정 전반의 성과를 짚어보고, 향후 구상과 방향을 듣는 자리였다.

관광, 카본프리아일랜드(탄소없는 섬), 환경보전, 외국 자본 유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농업정책. 그 중에서도 감귤 구조혁신 방침과 관련한 언급이었다.

원 지사는 강경한 어조로 감귤 구조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비상품감귤 가공용 수매 보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감귤 구조혁신에 대해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원 지사는 양배추를 예로 들었다. 작년 양배추 가격 폭락 조짐이 일자 제주도는 예비비 15억원을 투입해 수매한 뒤 수확 전 밭에서 갈아버렸다. 이 덕에 평년 가격에 근접하며 폭락을 면했다. 그 결과 농림부에서도 모범사례로 뽑혀 인센티브 35억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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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열린 제69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 ⓒ 제주의소리

그는 “양배추도 하는데 감귤이 못하겠냐. 또 감귤이 못하면 다른 농산물은 어떻게 하냐”며 “생산량 조절이 되면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지론을 폈다.

이어 “핵심적인 문제는 비상품 감귤 보조금을 주는데 몇 십억원을 쓰는 게 아깝다는 것”이라며 “농가를 살린다면 수백억원이라도 써야겠지만 제한없이 비상품 감귤을 수매하니 밭에 떨어져 있는 귤까지 폐지 수집하듯 다 주워서 수매현장에 갖고 오고 있다”고 실태를 꼬집었다.

또 “잘못된 부분은 행정이 끊어야 한다. 중독된 약을 끊어야 한다. 1kg당 50원씩 비상품 감귤에 보전해주는 대신 두 배 세 배 이상을 선량한 농가를 위해서 쓸 수 있다”며 “그 예산이 1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농민단체들의 주장도 반박했다. 농민단체들은 성명 등을 통해 “지금도 막지 못하는 비상품 감귤을 어떤 수로 막느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 지사는 “올해 가락시장이나 정규 도매상인들은 비상품감귤, 미숙과에 대해서는 안 받기로 협조가 돼 있다”며 “'택배로 가는 걸 막지 못할거면서 왜 정책을 추진하냐'고 비판하는데, 작은 구멍으로 새는 걸 못 막는다고 큰 구멍으로 나오는 걸 못 막으면...(말이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안하려고 이유를 찾으면 끝이 없다. 큰 구멍부터 막고, 택배는 내년이나 추후에 단속해도 된다”며 “‘막지도 못할 거면서 해봤자 안된다’고 하면 영원히 못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도내 선과장들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상품 감귤을 고의적으로 밀반출하는 선과장들은 문을 닫게 할 생각”이라며 “조례에 그런게 없지 않냐고? 조례를 만들거다. 감귤 품질 지도를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박탈해버리면 선과장은 운영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3년 뒤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3년 뒤 제주감귤이 웃을지, 손도 써볼 수 없이 망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구조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침을 확정하는 건 농민단체와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잡아가도록 하겠다”며 “감귤 산업이 모범을 보이고 다른 월동채소도 프리미엄 농업으로 재정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여론 수렴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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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열린 제69차 '제주경제와 관광포럼 세미나'.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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