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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항고소송 원고 적격 불인정...의장 동의절차는 별개 사안

법정까지 간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의 인사권 다툼이 ‘원고 적격’ 문제로 허무하게 끝났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제주도의회가 항고소송의 원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행정부(허명욱 부장판사)는 제주도의회 의장이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인사발령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며 2일 각하했다.

재판부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도의회(의장)가 법률상 보호돼야 할 이익이 없고 인사권 동의절차도 직접적, 구체적 권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 자격에 대해 재판부는 "항고소송의 원고는 법률상 보호이익이 있고 구제적이야 한다"며 "의장의 인사 추천권은 절차상 문제일 뿐 개별적이고 구체적, 직접적 권리는 아니"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행 법규 등에 의장 추천권에 대한 의미나 행사방법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조례 등으로 규명되지 않는 한 추천권 결여만으로 항고 소송을 다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항고소송은 행정기관의 행정권 행사에 불복해 권익구제를 요구하는 소송이다. 원고적격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상대방에 있다. 이 경우 구성지 의장의 원고 적격 여부를 따져야 한다.

법원은 통상 행정기관의 처분을 받은 국민만 항고소송을 할 수 있고 국가기관은 인정하지 않았다. 즉, 도의회가 아닌 처분의 당사자(고경실, 오승익)만 원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원고측은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에서 의장 추천권을 규정하는 만큼 의장이 실체적인 권한으로 법률상 이익이 있다며 소의 당사자는 인사 대상자가 아닌 의장이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3년 7월 대법원은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의 항고소송 원고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며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다만, 다른 기관의 처분으로 국가기관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항고소송 이외에 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경우에 한해 항고소송을 낼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제주지법의 경우 기존 판례와 같이 도의회가 제3자의 지위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인사처분에 따른 당사자 적격과 법률상 이익이 없어 항고소송의 원고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5년 1월15일 4급 이상 정기인사에서 오승익 부이사관을 도의회 사무처장으로 내정하고 고경실 처장을 제주발전연구원으로 파견하는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도의회는 원 지사가 의장 추천절차 없이 인사를 단행했다며 지난 1월28일 법원에 '인사발령처분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인사발령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에는 '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다.

집행부와 의회 간 인사권 다툼은 다른 지역에도 있었다. 올해초 인사에서 광주광역시도 시의회 2급 사무처장 인사과정에서 의장의 추천을 받지 않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다른 지역은 소를 취하하는 등 대부분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고 소송으로 간 경우는 사실상 제주가 처음이다.

과거 경기도의회가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 지방의회 사무직원은 지방의회 의장의 추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한 것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낸 경우도 있었다.

2014년 2월3일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방의회 사무직원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한 지방자치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소송은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의장추천권의 해석에 앞서 제주도의회 의장의 원고 적격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소송의 결과로 판단이 갈렸다.

과거 국가기관의 항고소송 원고적격을 인정한 소송도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힌 사례가 있어 의회의 항소 여부에 따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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