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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경매로 넘어가자 지상권 소유...법원 “실질적 점유 침해해야 절도죄”

특정인이 경매로 토지를 낙찰 받았다면 과연 그 땅에 심어진 나무의 주인은 누구일까? 낙찰 이후 전 토지주가 나무를 뽑아서 다른 곳으로 가져갔다면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현희 판사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7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권씨는 2003년 7월부터 제주시 오등동에서 관광농원을 운영해 왔다. 이후 채무관계가 발생하면서 22필지와 건물이 모두 경매로 넘어갔다.

강모씨는 2012년 경매에서 부동산을 낙찰받고 그해 11월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2013년 8월에는 권씨를 상대로 건물철거 명도소송을 제기해 일부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건물에 대한 지상권을 주장한 권씨는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지내다 2014년 4월11일부터 16일까지 경매로 넘어간 토지에서 백일홍나무, 오엽송 등을 뽑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

검찰은 권씨가 강씨의 땅에서 나무를 훔쳐간 것으로 보고 ‘절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절도죄의 ‘점유’를 민법상 점유와 달리보고 절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민법상 채무자의 미등기 과목은 토지의 일부로 간주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와 함께 경매된 것으로 봐야 한다. 결국 나무는 타인소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 판사는 “형법상 절도죄는 재물에 대해 타인의 점유를 침해해야 성립된다”며 “여기서 점유는 재물을 지배하는 것으로 민법상 점유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판사는 “권씨가 법정지상권을 행사하며 토지를 인도하지 않은 만큼 강씨가 수목을 점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타인의 점유를 침해하지 않았으면 절도죄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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