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하상가가 뛴다] '문광형 시장'을 묻는다양승석 제주중앙지하상점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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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문화센터, 놀이터…. 지난 1년 동안 국제명소형 시장을 지향해온 제주중앙지하상가에 펼쳐진 풍경이다. 주말과 연휴마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공연을 선보이는가 하면 각종 기념일엔 방문객들을 위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상인과 도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문화 강좌도 열었다.

지난 1983년에 문을 연 제주중앙지하상가에는 현재 382곳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화장품, 건강식품 등 번듯한 구색을 갖춰놓고 있어 제주도민에겐 쇼핑1번지로 꼽힌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국제적인 쇼핑명소로 뜨고 있다.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이사장 양승석)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펼쳐왔다. 대단위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상인 대상 외국어 교육이나 입간판 설치, 리플릿 배포, '외국인 면세'(Tax Free) 시행 등이다.

지난해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관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더욱 체계를 갖췄다. 문화관광형사업단을 꾸리고 ‘국제명소’를 지향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상가의 마스코트인 '아르미'를 선보이고, 각종 연휴와 기념일에 맞춘 이벤트로 방문객들과 소통의 창구를 트는 효과를 냈다.

양승석 이사장은 "세계 속의 제주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제주중앙지하상가도 제주의 대표 쇼핑몰로 거듭나야한다"며 고 말한다. 원도심 상권의 중심으로 쇼핑과 문화를 두루 접할 수 있는 '국제명소'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다음은 양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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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이사회에서 경선을 거쳐 제주중앙지하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재선에 성공했다.
제가 이 자리를 맡는 동안 상가 시설이 많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시장의 흐름에 맞춰서 상가의 시설을 바꾸고 이벤트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들을 줄곧 해왔다. '세계 속의 제주도'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우리 상가도 그 흐름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에 우리 상가를 글로벌화 시키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조합원들에게 통했다고 본다. 또 제주시와 얽혀있는 개.보수 등 해결할 것이 많이 남아있기에 다시 이사장을 맡게 됐다.

- 상가 밖에서도 많은 활동을 해왔다. 특히 제주시활성화구역상인연합회를 구성해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공동의 마케팅 활동도 펼치기도 했다.
: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각자의 상권끼리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인구 유입으로 원도심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상업지역과 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하나의 별도의 특구 개념으로 개발돼야 한다. 전통시장과 최첨단 유행 상품을 두루 볼 수 있는 상업지역. 거기에 맞춰서 관광객들이 제주스러운 것, 문화적인 것을 접할 수 있다면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게 제주시활성화구역상인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 중소상인연합회를 만들었다. 서문공설시장에서 시작해 중앙지하상가, 칠성로상점가, 동문시장까지 원도심이 있는 상권들이 뭉쳐서 많은 부분을 서로 돕고 공유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 지난해 문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특히 '국제명소'를 지향하고 있다. 어떤 사업에 주안점을 뒀나.
: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유형이 특정여행사의 독점으로 이뤄진 코스 위주다보니 지하상가는 쇼핑하는 장소가 아니라 돈 안들이고 관광할 수 있는, 시간 때우는 장소가 됐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직접 상가의 매력을 어필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중문 홈페이지도 만들고, 중국의 대세 SNS인 웨이보로 홍보도 하고 있고 제주에 있는 중문미디어에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노출해왔다.

- 지난 30 여 년 간 제주중앙지하상가는 제주에선 쇼핑 1번지로 꼽히는 곳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에게도 빼놓을 수 없는 쇼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가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어떤가? 
: 우리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서도 대단위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에게 희망을 많이 걸었다. 막상 이들이 와보니 여행사들이 정해준 코스대로 다니는 게 주를 이뤄서 실망도 했다. 그렇지만 상가를 찾아준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제주중앙지하상가가 제주를 대표하는 대표상권으로 남을 수 있는 키는 외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달렸다. 상가차원에서 환영행사도 하고 각 상점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접대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특히 상인들 대부분이 장사하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중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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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역점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상가를 직접 알리는 일이나 또 상가를 찾은 이들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상인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상인들이 종일 상가에서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센터를 개설했다. 중국어처럼 꼭 필요한 부분이나 새로운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문화 강좌 등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제주도민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하려고 한다.

- 최근 가장 핫이슈인 상가의 '개.보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과 상인들의 입장이 팽팽하다.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한다고 보나.
: 나는 이 상황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안전이 시급하다면 사업주들이 영업을 하는데, 관광객들이 상가를 찾는데 피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안전에 관계된 것들은 충분하게 공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하나는 이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면, 세계가 찾는 제주도 속에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권으로 재개발이 돼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지하상가가 아닌 '쇼핑몰'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양도.양수나 전대 행위처럼 잘못 이어져 온 관행을 이번 개보수로 일시에 정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제주시가 상인들과 대화로 풀면 된다. 우리 상가는 원도심 상권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이곳만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굉장히 많다. 이 같은 상권을 붕괴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만하게 해결해야 하지 않겠나.

정말 안전 때문이라면 상인들의 영업시간에 지장 없이 할 수 있다. 안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서 그간의 잘못된 부분을 일시에 정리하려고 인위적으로 손을 대면 서로가 접점을 찾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상권 붕괴를 초래한다. 슬기롭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 제주중앙지하상가가 나아갈 방향을 짚는다면.
: 세계 속의 제주라는 위상에 걸맞은 상가가 돼야 한다. 상인들의 자세도 그렇고 상가의 시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위해서는 상가 내의 콘텐츠 개발이나 상가의 상품 구성도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거시적인 안목이 갖춰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제주의 인구와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대기업이 진출이나 중국 자본 잠식의 가능성도 커졌다. 거기에 걸맞게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저 골목상권으로만 남는다. 소비자의 발길을 끄는 소프트웨어도 개발돼야 하고, 상인들 스스로도 많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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