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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항소심서 중과실치사 적용...피고인 형량 3년6월로 감형

숨진 여성의 시신을 버린 혐의로 구속기소 된 남성에 대해 법원이 애초 검찰이 적용한 유기치사가 아닌 중과실치사죄를 적용해 형량을 줄여줬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김종호 부장판사)는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장모(61)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6월을 24일 선고했다.

장씨는 2014년 9월29일 오후 9시쯤 제주시내 한 식당 앞에서 처음만난 고모(41.여)씨에 접근해 술집으로 향한 뒤 밤 10시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재차 술자리를 가졌다.

10월1일 평소 간질환을 앓고 있던 여성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112와 119에 신고없이 피 묻은 이불을 빨래하다 여성이 식도정맥류 파열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를 받고 있다.

장씨는 여성이 죽자 이날 밤 10시쯤 여성을 업고 집에서 100미터 가량 떨어진 제주미래컨벤션센터 앞 주차장 화단에 버린 혐의(사체유기)도 있다.

검찰은 유기치사와 사체유기 혐의를 모두 적용해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중 유기치사 혐의 적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법 판례에 따르면 형법 제271조 제1항의 단순유기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해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있는 자’여야 한다.

장씨의 경우 법률상·계약상 여성의 보호 의무가 없고 단순히 도덕적 의무로 보호했어야 할 사람에겐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검찰은 뒤늦게 공소장을 변경해 기존 유기치사죄 공소사실을 유지하되 예비적 공소사실로 중과실치사죄를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성이 피고인의 집에서 피를 토하며 사망한 사실은 인정되나 법률상 여성을 보호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기치사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여성에 대한 구호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중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 인정돼, 예비적공소사실인 중과실치사에 대해서는 유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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