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감귤산업발전 자문단 위촉...원희룡 지사 주재 2시간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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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21일 오전 감귤산업발전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원희룡 제주지사가 '고품질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정책을 발표한 지 딱 두달이 지났다. 

하지만 감귤농가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품질감귤 정책에 대한 논란은 여전했다. 

특히 원 지사가 직접 주재한 감귤산업발전 자문단 토론회에서 감귤농가와 전문가들은 '백가쟁명'식으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감귤산업이 꼬이게 된 게 도지사와 농협 조합장들이 선거에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농민 의식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모 대학 교수의 입에선 잘못하는(자구노력이 부족한) 2만 감귤농가를 버리고 가야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나왔고, 일부 농가는 당국이 게으른 농민에게 혜택을 주는 잘못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제주도는 21일 오전 10시10분 도청 별관 4층 청정마루에서 감귤산업발전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현해남·송관정·한상헌 제주대 교수, 이재광 감귤인, 김완근 전 도의원, 하희찬 전 애월농협 조합장, 문공희 감귤인, 송방택 감귤인, 김영문 전 농업기술원장, 고영남 감귤인, 양남호 제주시농협 공선출하회장, 현성익 전 도의원, 양창식 남원읍 감귤산업발전협의회, 양광순 감귤인, 송대수 전 농민회 의장, 최창열 감귤인, 고성준 전 농업기술원장, 김순재 전 표선농협 조합장, 안대훈 감귤인, 이경옥 전 안덕농협 전무, 오인자 감귤인, 양민웅 감귤인, 김태숙 감귤인, 김세중 서귀포농협 공선회장 등이 참석했다. 

원 지사는 "지난 5월 고품질감귤 구조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대로 제주감귤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제주감귤 정책의 대전환을 모색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며 "세부실행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사자 의견, 도의회, 생산자단체, 유통인 등 폭넓은 의견을 반영해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감귤에 관해서는 여러분들이 도지사라고 생각해서 자문해 달라"며 "못할 얘기 없이 모든 것을 얘기해 달라. 충분히 듣겠다"고 의견을 구했다.

현해남 교수는 "다른 지역의 경우 선도농가가 발언권이 강하지만 제주지역의 경우 돈을 못버는 농가들의 발언권이 세다"며 "농업을 통해 돈을 못버는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데 제주농가들의 의식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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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21일 오전 감귤산업발전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양민웅 감귤인은 "제주감귤산업이 생명산업이라고 하는데 기반이 약하다. 점점 온난화가 되고 있는데 온난화에 대응한 기술이 전혀 없다'며 "고품질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행정이 앞장서야 한다"고 당국의 분발을 촉구했다.

김세중 서귀포농협 공선회장은 "농민이 아니라 선거를 위해 선심을 쓰다보니 감귤정책이 이렇게 돼 버렸다. 농협과 자치단체의 책임"이라며 "독점품목인데 제값을 받지 못하는 건 행정과 농협이 우왕좌왕하면서 그런 것"이라고 현 교수와 다른 얘기를 꺼냈다.

김순재 전 표선농협 조합장은 "제주에서 감귤 2만ha를 하고 있고, 3만6000여 농가가 하고 있는데 1000농가 정책은 쉽지만 나머지 3만 농가를 어떻게 같이 갈 것이냐, 떨어버릴 것이냐 하는 게 어렵다"며 "당장 올해 가공용 보조금 폐지하는 것만 해도 난리가 났다"고 현실을 전했다. 

송대수 전 전농 도연맹 의장은 "일부 교수들이 농민 의식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고품질 감귤을 생산하고 브랜드화 하는 분들도 많다"며 "농민들도 고품질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문제는 잘하는 농가 말고 못하는 농가들을 어떻게 끌어가야 할 것이냐다. 뭔가 행정에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당국의 노력을 주문했다.

송 전 의장은 "행정이 해야 할 일과 농협이 해야 할 일 구분이 안돼 있다"며 "행정에서 계통출하 하라고 하는데 농협은 각종 매취사업에 실패하면서 제대로 안하려고 하고, 오로지 땅을 담보로 돈장사를 하려고 하니 문제다. 농민에게 호소만 하지 말고 행정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 교수는 "제주도 농민 만큼 행정에 의존적인 곳은 없다"며 "농가들이 노력하지 않고 감귤을 팔 때만 노력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농가의 의식 전환을 요구했다. 

송 전 의장은 "감귤산업이 차지하는 위치 때문에 제주도 전체 문제가 된 것이다. 도지사가 이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도 그렇다"며 "감귤정책을 내놓는 이유인데 무조건 농민의식 개혁을 하라면 되느냐"고 반박했다.

김완근 전 도의원은 "20년전부터 고품질감귤 생산을 얘기해 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고품질 감귤 생산 농가에 100% 지원하고, 기반시설에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2만 농가를 다 끌고 가면 제주는 죽는다. 못하는 농가는 버려야 한다. 그게 지금 우리 실정"이라며 "소비자가 외면하는 못하는 농가는 도태시키고, 잘하는 농가를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원대상 등에 있어서 엄격한 구분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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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21일 오전 감귤산업발전 자문단 회의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현성익 전 도의원은 "비상품 감귤에 투자하지 말고 생산기반시설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노지밀감 1만8000ha 나무 수종을 바꾸서 고품질 생산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광순 감귤인은 생산자단체와 농민단체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그는 "농협과 감협이 있는데 현장에 가서 생산지도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농업인단체 역시 농민을 구하기 위한 운동만 하지 말고 스스로 생산하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광 감귤인은 "학교에서 장학금을 줄 때는 1등에게 주는 데 감귤은 꼴등에게 장학금을 준다. 게으른 농민에게 혜택을 주는 꼴"이라며 "가공용 감귤을 수매하는 데 50원을 준다는 것은 해외토픽에 날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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