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진철훈-김태환 카드 놓고 아직도 만지작
여론조사 앞둬 "경선하자" 金·중앙당 '선제 공격'

그동안 도지사 후보 진영과 정가 일각에서만 조용히 거론돼 오던 김태환 지사 열린우리당 '영입설'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것도 지금까지 이에 대해 침묵으로 대응해 오던 열린우리당 진철훈 예비후보 진영에서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5.31 도지사 후보등록이 한 달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지사의 우리당 입당·영입설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5.31 정국이 또다시 출렁거리고 있다.

도민사회 관심은 과연 김 지사 열린우리당 입당·영입설이 구체적 실체가 있는 것인지, 또 김 지사의 속내는 무엇인지, 그리고 진 후보가 왜 지금의 상황에서 이를 터트렸을까에 쏠리고 있다.

# 김태환 영입설의 진원지는 공천 결정 계속 미루는 우리당 중앙당

김 지사 열린우리당 영입설은 사실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부터 줄곧 정치권을 맴돌았던 단골 소문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에서 누가 김 지사를 접촉했다거나, 반대로 김 지사측에서 열린우리당에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구체적 정황은 드러나 있지 않다.

다만 열린우리당 중앙당 지도부의 한축, 그리고 제주에서는 김 지사와 선이 닿아 있는 쪽에서 이 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정치권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진 후보측이 이날 성명을 통해 김태환 지사를 겨냥하긴 했으나 영입설의 가장 큰 진원지는 역시 열린우리당 중앙당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무엇보다도 중앙당이 진 후보의 공천을 계속 미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9곳을 확정했고 서울과 전북은 이달 말 경선을 거치기로 한 상태다. 후보가 있는 상태에서 계속 지연되는 곳은 강원도와 제주도뿐이다.

중앙당은 제주도당에서는 진 후보가 사실상 당 후보로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에서 ▲진철훈-현명관-김태환 ▲진철훈-현명관 ▲김태환-현명관 등 가상 대결을 펼친 후 진 후보에 대한 공천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방침을 일부 언론에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이 중심에는 정동영 의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전국적으로 한나라당과 대결해 승산 있는 곳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제주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진 후보 공천결정을 주저케 하는 요인이다.

우리당 중앙당에는 현재 두 가지 흐름이 형성돼 있다. 하나는 반드시 '열린우리당 후보'가 이겨야 한다는 세력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후보만 아니면 된다'는 축이다. 전자의 흐름이 바로 김태환 영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DY 진영의 입장이다. 다른 한 축은 진 후보 경쟁력이 그리 밀리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당 후보를 놔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지사를 영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GT계가 여기에 힘을 실고 있다. 

중앙당은 17~18일 제주도 지사 후보군에 대해 당차원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20일 공천심사위와 최고위원회에서 이를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현재로서는 다음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 도내에서 여론조사를 했다는 징후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어쨌든 다음 주 실시될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진철훈을 공천할지, 아니면 공천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김 지사 영입에 당이 뛰어 드느냐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 김태환, 3자 구도가 좋다…민주당→한나라당→우리당 당적 변경에 부담

그렇다면 김태환 지사는 과연 어떤 입장인가. 결론적으로 김 지사는 열린우리당 후보보다는 '3파전'을 원하고 있다.

김 지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소속 입장을 고수해 왔다. 김 지사는 지난 6일에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특별자치도민당'으로서 도민의 뜻에 따라 확실해 해 나가겠다"면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야당 도지사 할 때도 특별자치도에 관한 법률 3개를 통과시켰다. 무소속이라고 도정이 어려울 게 없다"는 말로 무소속 입장을 확실하 밝혔다.

김 지사는 "그 분들이 스스로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그들의 말에 의해 제주도 정가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영입설를 차단해 왔다.

김 지사 진영은 내심 열린우리당이 진 후보를 공천해 현명관-진철훈-김태환 3자 대결구도가 이뤄지기를 원하고 있다. 현직은 1대 1 구도는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솔직히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시원치 않다는 것도 내키지 않고 있다. 또 설령 열린우리당에 입당한다고 해도 진 후보의 지지표가 자신에게 온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더 큰 부담은 계속된 당적 변경이다.

제주시장 시절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한 이후 2004년 도지사 재선거에서는 무소속에서 한나라당으로 말을 바꿔 탔고 이번에는 또 다시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되돌아 온 상황에서 두 달여 만에 열린우리당에 들어갈 경우 '철새 정치인'이란 비난을 비켜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라고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또 여기에는 앞으로 계속 발표될 김 지사의 지지도도 솔직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1~2월 40% 지지대에서 가장 최근에는 29.2%선까지 빠진 것은 김 지사의 추세선이 '아래'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당 카드를 택할 수도 있으나 '아직은 아니'라는 게 김 지사 진영의 중론이다.

# 배수의 진을 친 진철훈, 김태환을 압박해 중앙당을 손들게 한다?

진철훈 후보가 이날 김태환 지사 입당설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지사 영입설은 그동안 정치권 일부와 기자들 사이에서만 회자됐으나 진 후보가 이를 스스로 발표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이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는 것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진 후보측에서는 '영입설'로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이를 공개했다는 것은 자칫 잘못되면 자신의 입지가 더욱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는 게 지금 진 후보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 후보가 이를 치고나온 것은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진 후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앙당과 김태환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동쪽(김태환)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중앙당)을 친다'는 '성동격서(聲東擊西)'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진 후보는 이날 세간에 알려진 '영입'과는 다른 '입당'이라는 표현을 썼다. 영입이라면 주체는 중앙당이 되지만 입당은 김 지사다. 중앙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진 후보는 김 지사에게 '경선'이라는 카드를 곧바로 내걸었다. 입당은 자유지만 도지사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도전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진 후보는 김 지사가 '경선카드'는 절대 못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중앙당이 김 지사 영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입당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김 지사 입에서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김 지사를 압박하는 동시에 종국적으로는 중앙당을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이냐' '중도하차냐'를 놓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진 후보의 선제공격이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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