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제2공항 백지화 촉구 “용역 재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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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열린 제2공항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의 제2공항 부지선정 백지화 촉구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성산읍 6개 마을 중 하나인 신산리가 ‘결사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마을 차원에서 본격적인 반대 활동을 시작하면서 향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제2공항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양재봉 이장)는 7일 오후 7시 성산일출봉농협 신산지점 인근 삼거리에서 제2공항 부지선정 백지화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민 250여명은 제2공항 계획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대로 제2공항이 건설되면 대형 항공기가 엄청난 굉음과 진동을 유발할 것이고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인해 주민들은 결국 삶의 보금자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부지 선정이 백지화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을주민들에게 의견 한 번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확정 고시한 비민주적인 부지 선정은 원천무효이며 졸속으로 이뤄진 용역 과정도 의혹 투성이”라며 “현재 부지선정을 전면 백지화하고 제주도민의 피해를 최우선 고려한 새로운 용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제주의 땅 170만평을 훼손해 아스팔트로 덮지 말고 기존 제주공항을 바다로 확충하거나, 정석비행장을 제2공항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또 “500년 전통의 우리 마을을 말살하고 주민을 내쫓는 공항 건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에 맞서 강력히 온몸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비대위 위원장인 양재봉 이장은 “오늘 촛불은 횃불이 돼 도청과 청와대를 향할 것”이라며 “신산리는 다른 사람이 지켜주지 않는다. 주민 스스로가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주시 용담동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김영심 전 도의원이 공항 건설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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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열린 제2공항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의 제2공항 부지선정 백지화 촉구 촛불집회. 이날 양재봉 이장은 "주민들이 직접 나서 신산리를 지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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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열린 제2공항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의 제2공항 부지선정 백지화 촉구 촛불집회. 김영심 전 제주도의회 의원이 공항 건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주의소리

김 전 의원은 “공항 소음 사업비가 사실상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하나 없다”며 “주민들이 이주하더라도 그에 따른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지어주겠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주민의 동의나 사전에 납득할만한 설명 없이 무조건 공항을 추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공항이 새로 들어서는 순간 마을은 모두 사라진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강모(76)씨는 “제2공항 건설은 곧 마을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이 곳을 떠나 사실상 갈 곳도 없다”며 “고조부 때부터 이 마을에 살았고, 나도 한 평생 이 마을에서 지냈다. 동네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공항 입지 선정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마을은 평화로웠다”며 “마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진행된 제2공항 계획은 강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산리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은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된 지난 달 10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후 주민들은 주민간담회를 위해 성산읍사무소를 찾은 원희룡 지사에게 “소통 없이 건설을 강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했고, 닷새 뒤 신산리사무소에서 열린 마을간담회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언성을 높였다.

지난 달 21일 임시총회를 열고 주민 29명으로 구성된 반대대책위를 출범하면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7일 현재 공항부지에 포함되는 성산읍 신산·온평·난산·수산1·수산2·고성리 등 6개 마을 중 고성리를 제외한 5개 마을은 비대위를 출범하는 등 마을 차원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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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열린 제2공항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의 제2공항 부지선정 백지화 촉구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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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오후 7시 열린 제2공항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의 제2공항 부지선정 백지화 촉구 촛불집회.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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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에는 최근 제2공항 부지 선정을 반대하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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