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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살인 동기 전혀없다” 무죄 주장...법원 “직접 증거 없어도 살인 인정”

제주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수면제 살인 사건의 판단이 항소심 재판부에서도 뒤집히지 않았다. 법원은 직접적 살해 증거가 없어도 재차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마용주 부장판사)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은 고모(45)씨의 항소를 6일 기각했다.

고씨의 부인은 2015년 3월11일 오전 제주시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편의 신고를 받고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부인은 거실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경찰조사가 시작됐지만 신고자인 남편은 물론 아들까지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제안했지만 고씨는 이마저 거부했다.

설득 끝에 부검이 이뤄지면서 경찰은 남편을 용의자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목 졸림에 의한 살인이라는 부검의의 소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부인의 몸에서는 수면제 성분도 나왔다.

신고 당시 집안에는 남편과 자녀들만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고씨가 신고 전날인 10일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후 2시 사이 부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1차 부검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다른 부검의에게도 의뢰해 교차 확인을 벌였다. 그 결과 1차와 같이 외부적 목 졸림에 의한 사망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검찰은 고씨가 범행과 관련된 정보 검색을 했고 외부 침입이 없는 점, 거짓말 탐지기에서 거짓 반응이 나온 점 등에 미뤄 보험금을 노려 부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구속기소했다.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은 고씨는 오열했다.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장을 냈다. 변호인은 고씨가 실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살해 동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측은 수백여장의 의견서와 증거자료를 제출하며 치열한 법적다툼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23일 첫 항소심 심리를 시작으로 무려 7차례 공판이 이어졌다.

항소심 선고 직전까지 변호인측은 무죄를 확신했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직접적 살인 증거가 없어도 살인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병사나 자연사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외부침입이 없었고 범행직후 피고인의 행동에 비춰 타살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피의자는 아내가 죽은 후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집에서 죽으면 처리하는 법’, ‘사망시 119 부르지 않는 법’, ‘뒤로 넘어지면서 화장실에서 사망’ 등을 검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당일 아내와 맥주를 마신 사실이 확인되지만 이를 극구 부인하고 아내가 수면유도제를 먹은 상황에 대한 진술도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점에 비춰 피해자는 피고인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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