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적인 경조사비 지급 참작 ‘검찰 항소 기각’...기소된 조합장 5명 중 3명 당선무효 위기

조합 경비를 조합원들의 경조사비로 쓰면서 '조합 경비'임을 명시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시 애월읍 하귀농협 조합장이 현직을 유지하게 됐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박희근 부장판사)는 농업협동조합법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김창택(62) 하귀농협 조합장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2일 기각했다.

김씨는 2014년 1월6일부터 2015년 1월29일까지 207차례에 걸쳐 조합원의 경조사에 조합경비로 1305만원을 사용하면서 조합 경비임을 명시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1월3일부터 2015년 1월13일 사이 하귀농협장례식장의 조합원 장례식에서 조합경비로 3만원 상당의 근조 영정화환을 35차례 제공하며 경비 출처를 밝히지 않은 혐의도 있다.

김씨가 전달한 영정화환에는 ‘하귀농협협동조합 조합장 김창택’이라고 적혀 있었다. 법률상 위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하귀농협의 경비’라는 문구를 사용해야 한다.

위탁선거법 제36조(조합장 등의 축의·부의금품 제공 제한)에는 ‘조합장이 축의·부의금품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해당 조합 등의 경비임을 명기하고 조합 명의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판부는 “선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범죄 행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적극 개입하지 않고 관례적으로 이뤄진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후 김 조합장은 “심려를 끼쳐 지역주민과 조합원께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업무에 보다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제주에서 재판에 넘겨진 현직 조합장은 모두 5명이다.

현영택 서귀포농협 조합장은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지만 , 항소심에서 80만원으로 감형돼 조합장직을 유지했다.

반면 김성진 양돈농협 조합장과 김기홍 김녕농합 조합장은 1심에서 각각 벌금 500만원과 250만원을 선고 받아 당선무효 가능성이 커졌다.

홍석희(54) 서귀포수협 조합장도 1, 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아 당선 무효 위기에 처했다. 이들 3명은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조합장직을  잃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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