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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보복 두렵다" 피해자 호소 눈감았다 2차범죄 발생...경찰 "정식 보호요청 없었다"   

경찰이 보복을 두려워하는 절도 피해자에 대해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는 바람에 충분히 예상됐던 보복 범죄가 제주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해당 경찰은 동일한 피의자를 놓고 두번에 걸쳐 신속하게 검거했다는 자화자찬격 홍보용 보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1시쯤 김모(48·어업)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A(51·여)씨가 일하는 제주시 한림읍 한 식당에 침입해 A씨 소유 차량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붙잡혔다. 

당시 식당 바닥에는 깨진 소주병과 음식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등 누군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흔적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두려운 나머지 낮 12시 40분쯤 인근 사우나에 몸을 숨겼다.

당시 A씨는 처음엔 “김씨가 보복할까봐 두렵다”며 경찰에 정식 사건 접수를 거부한채 자신의 차량만 찾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경찰과 지인의 설득 끝에 피해 진술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주변 탐문을 통해 당일 오후 1시25분께 한림읍 내 또다른 식당에 있던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차량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이튿날 김씨가 A씨를 다시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가 또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가 A씨가 일하는 식당을 찾아간 것은 6일 오전 3시께.

김씨는 전날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어  A씨의 멱살을 잡는 등 약 6시간에 걸쳐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A씨에게 욕설을 퍼붓고, 식당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A씨를 수차례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감금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다.

오전 8시30분쯤 김씨가 한눈을 파는 사이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식당 주방에 앉아있는 A씨를 발견, 피해상황을 접수했다.

당시 A씨는 “김씨가 나를 폭행하고, 감금했다. 식당에 더 이상 찾아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경찰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약 3분 뒤 화장실에 있던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중이다.

경찰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추가 범죄였다. 특히 A씨는 이미 경찰에 보복이 두렵다는 의사를 표시한 터였다. 

김씨는 차량절도, 주거침입, 감금 혐의로 제주서부경찰서에 인계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피해자가 정식 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 등 강력사건이 아닌 경우 (신변 보호 조치는)피해자가 위협받고 있다고 신고하는 경우 적용된다. A씨는 별도의 신변 보호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모든 범죄에 대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A씨가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추가 조사 등을 통해 김씨 혐의 등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초 차량 절도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A씨는 “보복이 두렵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1차 피해진술서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이 추가 범죄 가능성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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