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수요토지·상가담보대출로 고스란히 이동 "부실 가능성 경계해야"

정부가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에도 제주 전체 가계대출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수도권 외 지역 시행일인 지난 5월 2일을 기점으로 전과 후를 비교한 대출 동향을 7일 공개했다. 8개 도내 금융기관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인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가이드라인 적용대상이 아닌 예금은행 기타대출과 비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5월중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512억원으로 지난 4월 1023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반면 5월중 예금은행 기타대출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액은 1850억원으로 지난 4월 1281억원보다 6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른 대출심사 강화를 앞두고 4월에는 예금은행으로 대출수요가 집중되자,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5월 들어서는 비은행의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다는 얘기다.

특히 토지·상가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 중 토지·상가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2493억원에 이른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 아닌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 가파르게 상승한 토지가격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부동산시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영향과 더불어 계절적 영향, 토지·상가 담보 대출 유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에 따라 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며 “다만 향후 금융감독의 추가 조치가 예정돼있어 가이드라인 시행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5월말 현재 가계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이 74.3%에 이르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에 대해 “토지·상가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가치가 불안정하고 건별 대출 금액이 크므로 향후 급격한 가격조정시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상환능력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대출관행 정착을 위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수도권 지역은 지난 2월 1일, 수도권 외 지역은 지난 5월 2일 시행됐다. 예금인행이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상환능력 평가를 강화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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