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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제주국제관악제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공연이 열렸다. 무대 뒤편으로 무단경작지로 방치돼 있는 공원 내 여유 녹지 공간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2016제주국제관악제] 21년 역사상 처음 신산공원서 공연...연주자들도 호평

 
제주에서 국제 규모로 열리는 축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제주국제관악제가 21년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공연을 가졌다. 짙게 펼쳐진 녹음과 더위를 식히는 선선한 바람 속에 이날은 연주자, 관객 모두가 만족하며 신산공원이 지닌 야외공연장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10일 오후 5시 신산공원 내 제주영상위원회 북쪽 숲에서 열린 공연에는 스위스 관악 5중주 밴드 제네바브라스퀸텟, 미국 색소폰 4중주 밴드 뉴써드스트림콰르텟이 참여했다. 70여개 간이 의자에는 빈자리가 찾기 힘들 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 연주를 감상했다. 제주시는 관악제가 열리기 전 행사장 주변을 정리하며 도움을 줬다.

그동안 오름, 해안도로, 초등학교 등 다양한 장소를 찾아가며 도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해 노력해온 제주국제관악제는 올해 처음으로 신산공원을 공연 장소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오랫동안 무대로 사용해온 탑동야외공연장이 최근 급증한 비행기 소음으로 불편을 겪으면서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무단경작지로 방치된 신산공원 내 녹지 여유 공간이 최적의 장소라는 여론이 대두되면서 신산공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야외공연장 건립까지는 공원 안에서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점이 남아있지만 자연 속에서 음악의 즐거움, 특히 충분히 제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을 지닌 ‘관악’의 즐거움을 도민들에게 알려주자는 취지로 올해 신산공원 공연이 기획된 것이다. 마침 이날 무대는 녹지 여유 공간이 한 눈에 보이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2001년부터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연주 경험을 쌓아온 실력파 제네바브라스퀸텟, 재즈와 클래식을 유연하게 넘나들며 멋진 호흡을 자랑하는 뉴써드스트림콰르텟은 멋진 공연으로 관객들의 큰 박수를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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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바브라스퀸텟의 공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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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산공원 숲속에서 열린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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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 햇빛을 막아주며 야외공연장이 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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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를 마친 제네바브라스퀸텟 멤버가 인사를 하자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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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써드스트림콰르텟의 공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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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공연으로 제네바브라스퀸텟과 뉴써드스트림콰르텟이 합동 연주를 펼쳤다. ⓒ제주의소리

나무 그늘이 있어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햇빛과 고온다습한 공기에 연주자와 관객은 무더위를 실감해야 했지만, 자연 속에서 음악으로 호흡하는 순간은 양 쪽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자녀 손에 이끌려 찾은 이날 신산공원이 첫 번째 관악제 관람이라는 박모(54, 연동)씨는 “한 여름 무더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연주를 들으니 정말 좋다. 나무 아래 마음 편안히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감상하니 공연장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참 좋은 것 같다”며 “좌석 배치나 무대 정리가 더 깔끔하게 되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제네바브라스퀸텟의 멤버 데이비드 레이(David Rey, 38)씨는 신산공원 야외공연에 대해 “Good idea!(좋은 생각)”라고 표현하며 주최 측의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동양권에서는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려면 정장을 입고 격식을 차려서 좋은 공연장에 가야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이번처럼 자연 속에서 진행하는 공연은 관객들이 보다 부담 없이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연주하는 우리도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누구나 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기회는 그들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음악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신산공원과 같은 야외공연장은 멋진 시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무대가 너무 좁게 만들어져서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웠고 연주자들이 햇빛에 자주 노출되는 위치에 있어서 열기에 힘들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더불어 일부 관객들은 무대가 숲 안으로 더 들어가지 못해 차량 소음이 방해가 됐다는 의견과 곡 설명을 육성으로 하다보니 좌석 뒷편까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설명만이라도 마이크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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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좁은 무대와 햇빛의 열기는 단점으로 꼽힌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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