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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내정자. 사진 출처=서울문화재단. ⓒ제주의소리
김준기씨 내정에 지역 미술계 기대...제주정서와 융합은 '과제'

제주도립미술관을 이끌어갈 관장 내정자로 김준기 씨가 발탁됐다. 비(非) 제주도 출신에 미술 전시기획 한 길을 걸어온 경력 덕분에 김 내정자 발탁 소식은 지역 미술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1968년 강원도 평창 출신인 김 내정자는 1988년 홍익대에 입학해 학사, 석사, 박사과정까지 홍익대에서 예술학을 공부했다. 1990년대 미술전문잡지 가나아트(2000년 폐간)에 기자로 입사한 뒤 1998년 가나아트센터 전시기획자, 공공미술팀장을 역임하며 본격적인 기획자로서의 행보에 나선다.

이후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고 2006년에는 부산비엔날레 조각프로젝트 부문 전시팀장을 맡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6년, 공공미술추진위원회 팀장을 맡아 국내 공공미술 정책의 시작을 함께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201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지리산 실상사, 성심원 등의 시설에서 창작 예술활동을 벌이는 지리산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개인 연구소인 예술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걸어온 과정만 보면 작가를 제외하고는 기자부터 학예실장까지 미술계의 모든 분야를 섭렵했다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런 활약 덕분인지 언론 노출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때문에 김 내정자가 신임 제주도립미술관장으로 발탁된 배경을 두고, 전문 기획자 관장이 들어올 시기가 됐다는 지역 미술계의 공감대가 힘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주에서 전시공간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까지 제주도립미술관은 초창기 공무원에서 지금까지 미술작가가 관장을 맡아왔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도 한때는 큐레이터가 미술관 관장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전문적인 전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점차 커지면서 지금은 가능하면 전문적인 전시기획자가 관장을 맡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기획자 출신 외국인이 관장”이라고 설명했다.

서양화가 B씨는 “김 내정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줄곧 한 가지 분야에만 계속 매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제주도 안에서도 ‘이제는 새로운 사람이 관장으로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런 면에서 나름 기대가 되는 인사”라고 평했다.

특히 내정자가 사회참여적인 미술활동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도립미술관의 변화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으로 활동해왔기에 제주와는 큰 인연이나 연고가 없지 않느냐는 막연한 우려도 존재한다. 대학과정까지 포함하면 미술계에 종사한지는 30년이 넘었지만 제주에서 활동한 적이 사실상 전무하기에 지역정서와의 융화가 앞으로의 과제라는 지적이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미술기획자 C씨는 “그동안의 활동을 보면 전문성에 있어서는 누구나 인정할 만하지만 과연 ‘제주를 얼마나 알까’라는 질문에는 걱정이 드는 면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제주도립미술관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주 출신으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경은 도립미술관 학예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비록 제주에서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지만 2013년 강정마을 예술 활동을 정리한 아카이브 전시 <제주해전> 리뷰, 2014년 4.3미술제 학술대회 진행자, 올해 제주도립미술관 강요배 기획전 리뷰 등 제주지역 현안과 미술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어 지역 정서와의 괴리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제주도는 신원조회 과정을 거쳐 16일 김준기 내정자를 제주도립미술관장에 임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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