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예술섬 토론회, “시간, 신뢰 쌓인 '민민'(民民) 협력 필요...제주 여건 고려해야”


문화예술 영역에서 민관협치(거버넌스, Governance)가 이뤄지려면 민민 협력, 즉 민간영역에서 개개인이 상당한 시간과 신뢰를 공유하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민민 협력이 자연스럽게 힘을 얻어가면 행정 영역은 오픈된 공간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해졌다.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6차 도민대토론회를 17일 오후 3시 서귀포 소암기념관에서 열었다. 이날 주제는 ‘문화예술섬 제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제주형(型) 문화거버넌스 가능성과 현실’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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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17일 서귀포 소암기념관에서 제6차 도민대토론회 '문화예술섬 제주, 어떻게 만들 것인가? - 제주형(型) 문화거버넌스 가능성과 현실'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문화예술 영역에서 민간과 행정이 원활히 소통하는 거버넌스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고자, 안영노 성공회대 초빙교수가 발표를 맡았고 이광준 바람부는연구소장, 정도연 문화예술기획 브로콜리404 대표, 김석범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진흥팀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홍대거리 등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해온 안 교수는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핵심으로 사람, 시간, 신뢰를 꼽았다. 사람들이 모이고 시간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는 민민(民民) 협력이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민관(民官) 거버넌스까지 확장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을 맞추는 ‘교류’와 공동작업을 하는 ‘협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공공성을 가지게 된다”며 “가까운 사람들이 먼저 모여서 생각을 나누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민관이 아닌 민민협력이 먼저 일어나야 하는데, 외부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자급자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 1996년 예술가들이 독립적으로 뭉친 홍대거리, 2007년 마을주민이 모여서 시작한 전주한옥마을 모두 마찬가지”라며 “제주에는 제주올레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거버넌스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지지 않으며 수년간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거버넌스의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사람과 즐겁게 만나고 모임을 가지면서 그것을 나중에 행정에 알려라. 최종적으로 거버넌스의 방향은 문화예술 자원과 기회를 살려 일자리와 생계의 활로를 공동으로 모색하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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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관 협치가 가능하려면 민민 협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한 안영노 성공회대 초빙교수. ⓒ제주의소리

특히 행정은 재단, 공사 등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기 보다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처럼 민간이 자유롭게 모이는 실제 공간(오프라인)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가 설명한 거버넌스의 조건에 대해 토론자나 참석자들은 크게 공감하면서 제주라는 고유한 여건을 감안해 눈높이에 맞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도연 대표는 “면적에 비해 인구는 적은 제주도는 민민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물리적인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 이런 여건을 전제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안 교수는 “동쪽에 있는 제주 사람이 서쪽에 가서 일을 벌이는 게 아닌 각 동네마다 사랑방 같은 플랫폼 만들어서 문화를 발현시키는 방식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을 제주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찾아서 지원하는 것이 역할”이라고 더했다.

서귀포에서 4년째 복합문화공간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을 운영하는 행위예술가 김백기는 “민민 협력이 자급자족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하는데, 서울 홍대에서부터 제주 서귀포까지 30년째 예술활동을 하는데도 아직까지 자급자족은 어려운 과제”라며 의견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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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왼쪽부터) 이광준 바람부는연구소장, 안영노 성공회대 초빙교수, 김수열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 공동위원장, 정도연 문화예술기획 브로콜리404 대표, 김석범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진흥팀장. ⓒ제주의소리

이광준 소장은 “자급자족을 다르게 해석하면 누구를 대상으로 만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럴 때는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접근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고, 안 교수도 “현대는 공동마켓 아니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수평적인 위치에서 힘을 합치는 '모임'에 초점을 맞춰서 민민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범 팀장은 “거버넌스는 민간 영역의 다양한 의견을 행정이 정책에 반영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는 결국 권력의 분산”이라며 “제주도 역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도지사와 민간을 공동으로 임명하는 등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재단 역시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듣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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