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jpg
제주도가 남의 땅을 도로로 사용하다 소송에서 패소해 매달 사용료를 물어줘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번엔 원고가 한국전력공사다.

제주지방법원 민사2단독 이영호 판사는 한국전력공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소송의 발단이 된 토지는 한국전력공사 소유의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290-16번지다. 당초 잡종지 8453㎡의 일부였지만 1987년 분할되면서 잡종지에서 도로로 지목이 바뀌었다.

한국전력공사는 1978년 이 땅을 등기해 이듬해인 1979년 도로 안쪽에 조천변전소를 세웠다. 1980년대에는 변전소 앞에 비포장도로가 생겼고 1990년대에는 도로포장이 이뤄졌다.

이에 한국전력공사는 1990년대부터 행정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응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전력공사는 2014년 9월 도로사용에 따른 사용료를 지불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제주도는 1987년 지목이 도로로 변경된후 30년째 제주도가 사용한 만큼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별다른 이의제기도 없어 사용수익권 포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재판부는 취득시효와 사용수익권 포기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제주도는 토지가 도로로 편입될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나 사용승낙을 받지 않았다”며 “한국전력공사가 수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에 2009년 5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사용료 1173만원을 지급하고 2015년 4월 이후에는 해마다 234만원의 토지사용료를 한국전력에 지급하라고 제주도에 주문했다.

1960~1970년대 이후 주민 동의 등을 이유로 행정에서 등기도 하지 않은채 비용 지불없이 도로 등으로 사용하는 사유지를 통상 ‘미불용지’라고 한다.

현재 보상금 지급없이 제주도가 사용하는 미불용지는 6223필지 207만7000㎡ 가량이다. 부지 정리에 필요한 예산만 56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미불용지 부당이득금 관련 소송도 92건에 이른다. 최근 땅값이 오르고 사용료 지급 소식이 알려지면 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