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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 자치경찰단 간부가 자신의 부하직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부하직원으로부터 되레 횡령 혐의로 고발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 자치경찰단 간부 A씨가 부하 직원인 공무직 B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B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B씨는 1심 판결을 토대로 A씨 등 2명을 지난 29일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도 자치경찰단 직원간 소송이 오간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4월3일 B씨는 제주도 행정통신망 ‘제주톡’에 자치경찰단 간부 A씨가 직무유기, 권리남용, 출장비 과다수령, 책임의식 부족 등을 골자로 한 글을 게시했다. 

열흘 뒤인 4월13일에도 ‘자치경찰단 모 부서장의 문제’란 제목의 글을 다시 올렸다. 

이에 A씨는 “B씨가 초과근무수당 지급 방식 등에 불만을 품고, 자신을 비방할 목적으로 회원수가 2623명에 달하는 내부망에 공개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다른 부하직원과 함께 2명이 공동으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B씨의 행동이 A씨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약식 기소했고 법원에서 약식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반발한 B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약식이 아닌 정식 재판이 진행됐다. 1년 넘게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약식명령을 뒤집고 지난 10월20일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 4단독 성언주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 정보통신망을 통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려면 B씨가 게시한 글이 사실인지 아니면 거짓인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B씨 변호인 측은 결재권자인 A씨가 자신의 부하직원인 C모씨가 출장 갈 때 관용차량을 이용하고도, 이용하지 않은 것처럼 기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출장비 과다수령을 의심할만한데도 결재를 해주었고, A씨 스스로도 허위 출장 신청을 하고 출장비를 과다수령했다고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다고 법정에서 주장했다. 

공무원 여비 조례에 따르면 4시간 출장 기준 관용차량을 이용하면 출장비가 1만원, 이용하지 않으면 2만원이 지급된다. 2시간 기준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하면 5000원, 이용하지 않으면 1만원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실과 차이가 있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지만, (B씨가 등록한 글이)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공공의 이익에 관련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결국 B씨가 통신망 등에 제기한 논란 중 일부가 사실로 인정되기 때문에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1심 판결을 내렸다. 판결 뒤 검찰은 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명예훼손 소송전으로만 일단락될 줄 알았던 사건은 다시 반전을 맞았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B씨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제주도지부 명의로 자치경찰 간부 A씨와 직원 C씨를 ‘업무상 횡령’으로 검찰에 11월29일 고발한 것. 

고발 내용은 A씨가 출장 신청한 시간이 오후 2시10분임에도 오후 1시30분부터 출장간 것으로 기록되는 등 수차례 출장비를 과다 지급 받았다는 내용이다. C씨도 A씨와 같은 방식으로 출장 시간을 허위로 등록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2014년에는 C씨가 기록한 차량 운행일지상 운행 거리가 402km, 501km에 달하지만, 출장 시간은 각각 4시간, 2시간에 불과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고발 내용이 사실이라면 C씨는 관용차를 타고 제주에서 2시간동안 시속 250km의 속도로 멈추지 않고 달려야 501km를 갈 수 있다는 얘기다. 

B씨와 공공운수노조는 초과근무 수당과 운행일지 조작 등은 결재권자인 A씨가 이 같은 사실을 묵인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자치경찰단 간부 A씨는 <제주의소리>와 전화를 통해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C씨의 관용차 운행, 출장 과다 책정 결재에 대해서는 “C씨가 평소에 출장을 많이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또 C씨가 50km 기입을 501km로 잘못 기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고의'가 없었음을 해명했다. 

A씨는 “일부 공무직원들이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수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자치경찰 간부로서 내부 기강 확립을 위해 고소장을 접수한 것"이라며 “1심 무죄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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