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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를 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감독 오멸이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로 지정돼 실제 피해를 입은 사실이 특검팀에 의해 확인됐다. ⓒ제주의소리
박영수 특검팀, 김기춘·조윤선 등 공소장에 오멸 포함 374명 블랙리스트 사례 적시

제주출신 영화감독 오멸이 제주4.3을 영화(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이하 지슬)로 다뤘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실제 피해를 입은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뒤늦게 확인됐다. 

제주해녀를 다룬 차기작에 대한 정부 지원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단됐는데 그 이유가 이제야 밝혀진 셈이다. 4.3 영화를 만들었다고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는 박근혜 정권의 행태는 결국 4.3에 대한 정부의 편향된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상률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전 대통령 문화체육비서관 등 4명을 직권남용,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특정 문화예술인, 단체를 지목해 지원 명단에서 제외시킨 블랙리스트 피해사례 374건이 적시돼 있다. 앞서 세월호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곤욕을 치른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금을 대폭 삭감한 일부터, 수상자 명단 배제, 각종 지원 사업 배제 등의 실제 사례가 포함됐다. 블랙리스트 선정, 지정, 실행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깊이 관여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제주출신 영화감독 오멸의 경우도 포함돼 있다.

오멸은 제주해녀를 다룬 차기작 <바당감수광>을 제작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오멸 뿐만 아니라 <올드보이>의 연출자 박찬욱 감독의 동생인 박찬경 감독, 이송희일 감독 역시 이 사업에 참여해 제작비 9억 5000만원을 신청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관이다. 기관 설명에는 ‘정부로부터 예산은 지원받지만 정책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분권자율기관’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 의해 블랙리스트로 지정된 오멸과 특정 예술인들은 사업에서 아예 배제됐다. 전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예술인 A씨는 “서류상으로 평가 점수는 낮지 않게 준비했기에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선정이 되지 않아 감독이나 주변 사람들 모두 의아했다. 그래서 여러 경로로 확인해보니 <지슬>을 만들었던 감독이라 안됐다는 내막을 접했다”고 밝혔다.

오멸 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4.3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지원이 배제된 이유에 대해 “제주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을 연출했고, 연출자가 진보성향”이라고 공소장에 설명했다. 

4.3 영화를 찍었다고 지원이 안됐다는 소문이 ‘설마 사실이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8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스토리펀딩에 나선 사연을 두고 일각에서는 “4.3 영화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감독이 약자 코스프레로 일종의 홍보를 노리는게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거짓말 같던 일은 대통령과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기획한 것임이 확인됐다. 제주해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맞춰 전국 관객에게 소개하려 한 영화 <바당감수광>은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한 상태이며, 현재 오멸 감독은 김탁환 작가의 세월호 소설 《거짓말이다》를 영화로 만드는 데 연출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4.3을 영화로 소개했다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 사연을 두고 일각에서는 역사를 퇴보시키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주 문화기획자 B씨는 “문화, 예술을 넘어 나 혹은 내가 속한 집단이나 성향이 맞지 않다고 색깔론으로 치부한다면, 모두가 바라는 희망적인 사회로 바뀌는 것은 요원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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