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컬럼]'절반의 도민 선택' 이유 눈여겨 봐야
'선거승리'와 '도민 자존심' 승리는 별개의 문제

선거는 끝났다. 이번 5.31 도지사 선거를 지켜 본 이들은 하나같이 당선자를 향해 '대단하다'는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비단 제주도민 뿐 만이 아니다. 올해 선거는 개표하는 과정까지 제주도 섬 밖에서도 모든 신문과 방송에서 '최대 관심'지역으로 보도할 만큼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팽팽한 게임'의 흥미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선거는 끝났다.

'당선자의 승리'가 '도민자존심'의 승리다...?

혹자는 '구시대의 마지막 절대강자'라고 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특별자치도와 국제자유도시를 향해 21세기를 내딛는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당선자에게 내내 따라 붙은 별칭(?)이다.

이 같은 별칭은 숱한 악재속에서도 굽힐줄 몰랐던 여론조사 지지율 곡선과 상당수 도민들의 애정(?)이 담긴 '충성' 표심으로 나타났다.

당선자는 피말리는 접전이 끝난 1일 새벽 "5.31 제주도지사 선거는 제주도민 자존심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 큰 역사를 만들어 낸 제주도민들에게 경의와 축하를 보낸다"는 당선 소감을 도민들에게 전했다.

물론 격렬한 전투에서 싸우고 돌아 온 장수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대중에게 반납하고 싶은 헌사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의 '당선자의 승리가 도민 자존심까지 승리했다'고는 해석할 수는 없다. 더욱이 당선자가  언급한 '민심이 곧 천심'이란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 준 선거는 더 더욱 아니다.

이미 결과에 나타났듯이 이번 지방선거는 도민 유권자 41만1862명 중 27만7028명이 투표에 참여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도민 전체 인구의 딱 절반만이 참여한 선거 축제였던 셈이다.

여기에서도 당선자는 절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총 11만 7237표(투표자의 42.7%)를 얻었다는 결과를 놓고 볼 때 억지를 쓴다면, 전체 도민 5명 중 1명이 선택했다는 냉정한 평가절하까지 가능하다.

이는 시군별로 나눠보더라도 산남지역의 경우 오히려 더욱 낮은 지지를  받았던 표심으로도 나타났다. '정치바람'이니 '상대 후보에 대한 기대심리'이니 하는 것을 접어두고서라도 어쨌든 도민의 자존심까지 언급하며 승리를 자축하기엔 너무 무리한 감이 있다. 

"최선 보다 차선을 선택한 도민 입장도 헤아려야"

피말리는 접전 속에서 승리로 이끌어낸 당선자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선거 생리상 100% 지지와 참여는 있을 수 없기에 단순 수치에 따른 무리한 비유 또한 억지가 된다.

하지만 유권자 '절반의 선택'에 대한 이유를 당선자는 분명히 눈여겨 봐야 한다.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경제지사' 후보에게 눈길이 쏠렸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도민들 사이에서 '최선이 아니라 차선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 들린다.

당선자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10대 실천전략과 20대 중점 실천과제를 담은 63쪽 분량의 두툼한 공약집을 내놓은 바 있다. 분야별 세부공약까지 포함하면 실로 방대한 약속이다.

하지만 특별자치호 4년 동안 이를 모두 완수하리라고 보는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현실 가능한 약속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공약에 담고 있는 컨텐츠의 완성도 또한 중요하다.

약속 자체를 넘어서 약속을 책임지려는 노력과 의지는 그래서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당선자 특유의 '스킨십' 정책이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나름대로의 강점이라는 것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당선자에게 꼬리표처럼 붙었던 '상가집 정치'와 '경조사 지사'라는 기존의 행보로는 앞으로 도민들과 한 약속을 모두 지키기란 쉽지 않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시대'가 낳은 '마지막 절대강자'이길...진정으로 바란다"

당선자 스스로 밝혔듯이 이번 선거는 '제주 특별자치도를 이끌 도지사'를 뽑는 선거이자 '일꾼'을 뽑는 선거이다.

1억원(연봉 8257만원+업무추진비 등 월198만원=1억 200만원)이 조금 넘는 도지사의 연봉 또한 똑 부러지게 '일'을 하라고 낸 국민과 도민의 세금일 것이다.

또 특별자치도의 완성과 당선자의 말대로 '도민 모두가 고루 잘사는 특별자치도 제주'를 위해서도 인사 잘하는 지사, 일하는 지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단지 일부 도민의 뜻만은 아닐 것이다.

상당수 도민들이 기존의 정치판을 보는 따가운 시선은 이번 선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60~70년대 선거판으로 되돌아갔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겉으론 각종 의혹이 난무했고, 그 내면은 끊임없는 복마전의 연속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상당수 간부 공무원들은 안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살얼음 걷듯 마음 졸여온 당선자 역시 더 이상 기존의 정치판을 답습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때 입당 파동을 겪으면서 '정치 피해자'라고 항변했던 만큼 구 시대의 정치기법은 좀 더 달라져야 할 것이라 당선자도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구시대가 낳은 선거와 정치기법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절대 강자'로 불리운 당선자 역시 이 시대의 '마지막 절대강자'이어야 한다.

그것만이 당선자가 원하는 '도민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고. 누가되더라도 '민심'이 '천심'이 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또 그 것만이 구태로 물들었던 제주의 정치 패러다임을 조금이나마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남겨진 4년 동안 도민 통합과 제주경제 회복과 역사적 재정립을 위한 당선자의 '참'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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