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어리목 해발 1000고지. 개서어나무 꼭대기에 신록이 내려 앉았다. 5월이 무르익어 가는 한라산은 신록이 깊어간다. 단풍나무 잎에도, 좀꽝꽝나무 가지에도 신록이 나풀거린다.
지난 5월 21일 아침 9시, 한라산 어리목에서 시작된 산행은 해발 1000고지에서부터 시작됐다. 어리목에서 윗세오름 정상까지는 4.7km. 비온 뒤 한라산은 계곡마다 흘러내리는 폭포수가 장관이다. 계곡을 타고 내려온 신록과 폭포수는 벌써 여름을 손짓한다.
한라산 계곡은 벌써 여름이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를 듣고 발을 담그고 있는 여름 아이들. 한라산은 벌써 여름을 초대했다.
한라산 1400고지. 사라 약수터에는 백록담에서부터 흘러내려온 약수 물을 먹고 자란 야생화들이 기지개를 켠다. 노오란 민들레는 봄을 배웅하고 보라색 야생화는 여름을 마중나왔다.
계곡을 마중 나온 소녀의 입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계곡물에 손을 담고 있는 소녀의 손은 초록이 물들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 약수터를 지키는 사람들, 한라산 1400고지에서 듣는 계곡물 소리는 산행의 힘겨움을 이겨내는 사람들 한모금의 감로수처럼 달콤하다.
계곡 사이에 피어난 야생화들. 산새소리 들으며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들이키며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아름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