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정상회의 10일 제주서 개막...기조강연 고은 시인 “문화는 통제 아닌 자율” 일침

노벨문학상 후보로 늘 물망에 오르는 한국 대표 시인 고은. 그가 제주에서 설파한 문화의 보편적 기준은 세계화, 국제화, 중앙집권이 아닌 ‘지방’이다.

전 세계 100여개 도시 문화·예술 관련 인사들이 제주에 모이는 제2회 UCLG(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세계지방정부연합) 세계문화정상회의가 10일 개막해 3박 4일 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 UCLG 세계문화정상회의가 10일 개막해 13일까지 진행된다. 개막식 기조강연 중인 고은 시인. ⓒ제주의소리

아시아 최초로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정상회의는 제주도와 UCLG, UCLG ASPAC(아시아-태평양)이 주최하고 제주도가 주관한다. 60개국 100여개 지방자치단체 인사, 국제기구 관계자, 문화전문가, 예술인들이 모여 여러 가지 문화 사안을 이야기 하는 자리다. 

10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제주시 원도심(성내), 제주민속자연사 박물관,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린다. 관심 있는 인원 누구나 등록 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10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조셉 로이그 UCLG 사무총장, 카리마 베눈 UN 문화관리조정관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내빈들과 고은 시인, 원희룡 제주도지사,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해 좌석을 가득 메웠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명예제주도민' 고은 시인은 ‘제주도에서의 한 성찰-지방, 지방문화의 당위성’이란 주제로 세계인들 앞에 섰다. 그는 ‘문화는 다양성이자 곧 지역 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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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문화정상회의는 제주도 문예회관에서 열린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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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가치는 중앙이 아닌 지방에서 발현된다고 강조한 고은 시인. ⓒ제주의소리

시인은 “1960년대 중반 만 3년 동안 제주도의 유구한 파도소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 소리는 내 시의 유전적인 도취의 율동을 낳았다”며 “그러므로 제주도는 내 삶의 행로 가운데서 하나의 영혼적 기원을 베풀어주고 있다”고 제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시인은 “지방은 하나의 독자적인 생활방식이나 그 문화적 기업의 정체성이 깊은 곳이다. 지방에는 반드시 시간의 필연이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지방은 공간에 선행하는 시간의 문화를 필수로 한다”며 “지방이라는 단어는 고향이라는 다른 이름도 배태(胚胎)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방안의 우리 모두는 누구나 다 고향으로서의 지방에서 타고난 귀중한 과거를 가진 존재”라며 “수도 베를린에서 태어난 베를리너도 그의 본적은 독일 수도에 해당하지만 그의 고향은 한갓 독일 프로이센의 한 지방이라는 체온이 장소이다. 중국 대륙의 후난 들녘에서 태어난 후난인은 해마다 춘절의 원거리 귀향을 거듭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현대인간은 고향상실자’라는 철학적인 지적이 20세기 들어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꼽았다. 그러면서 “지방은 지방문화의 과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획득할 수 있겠는가 라는 뜨거운 질문 앞을 가로막는 중앙집권적 일원주의 체제는 그것대로 문제적”이라며 “변방에서 진리가 나온다는 묵은 속담이 있다. 하지만 힘이 집결된 대도시와 수도의 막강한 환경의 확대로 그런 특이한 지방의 사례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현대사회에서 지방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시인은 “분명한 것은 문화는 지배장치 밖에서 자발적인 신명(神明)으로 창출된다는 것이다. 문화야 말로 중앙의 지시로 만들어지는 관제적인 제품이 아니라 지방의 살메서 유로(流露)하는 꿈과 울음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시인은 “여기서 긴요한 것은 지방분권의 내실화이다.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문화야 말로 문화의 보편적인 명제로 세워야 하겠다”며 “문화는 통제가 아닌 자율이다. 제주도는 동아시아의 매혹이다. 이 매혹 속에서 결코 사라질 수 없는 제주도의 신화는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문화정상회의는 10일부터 13일까지 제주도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세계 각 도시에서 모인 문화 분야 관계자들이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눈다. 주 행사장인 문예회관은 감귤상자로 만든 홍보부스, 의자 등이 구비돼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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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 보관 상자로 만든 세계문화정상회의 입간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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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회관 야외에는 제주 컨텐츠 소개 부스, 카페가 설치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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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회의장으로 변신한 제주문예회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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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LG 세계문화정상회의 일정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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