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학회 15일 학술대회 개최...“문화원형 콘텐츠 변환은 일목요연한 정리 필요”

중산간부터 바닷가까지, 제주 구석구석에 있는 역사문화 콘텐츠를 조명하는 자리가 열렸다. 역사문화학회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제주대 인문대학 진앙현석관에서 학술대회 ‘제주 역사문화자원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콘텐츠 개발방안’을 개최했다.

학술대회는 주제 발표와 종합 토론으로 진행됐다. 주제는 ▲史書(사서) 수록 照里戱(조리희, 줄다리기)의 복원과 축제콘텐츠 개발 방안(전영준 제주대 교수) ▲제주도 둑제의 복원과 활용 방안(심승구 한국체대 교수) ▲제주 항파두성의 고고학적 연구 성과와 활용 방안(강창화 제주고고학연구소장) ▲제주동자석의 콘텐츠 활용 방안(이창훈 제주동자석연구소) ▲고고유산 기반 컬포츠의 제주문화유산에의 적용가능성(이헌종 목포대 교수) ▲제주도굿의 콘텐츠화 방안(한진오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 ▲한라산지 목축문화의 역사성과 활용 방안(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을 발표했다.

발표자들은 역사문화적인 성격을 지닌 제주 콘텐츠를 각자 소개하면서,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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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문화학회는 15일 학술대회 ‘제주 역사문화자원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콘텐츠 개발방안’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강만익 연구원은 제주의 고유한 목축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제주 목축문화에 대해 ‘목축민들이 한라산지(漢拏山地, 해발 200m 이상 지역)의 초지대를 기반으로 우마를 사육하며 만들어 놓은 다양한 생활방식’이라고 정의했다.

강 연구원은 제주 목축의 역사를 몽골의 탐라목장이 들어선 고려시대(1276년)부터 조선시대 국마장(십소장), 조선후기 헌마공신 김만일과 산마장, 일제강점기 마을공동목장, 해방 후 국립 제주목장 순으로 정리했다.

더불어 "목축문화와 목축민(테우리)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낮은 편이라 관련 콘텐츠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못한 실정"이라며 “목축 문화콘텐츠를 구축해야 문화의 계승과 발전이 가능하다. 영화·방송, 음식, 목축민(테우리)을 주인공으로 하는 콘텐츠, 체험형 여가활동인 목축 관광 등으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승구 교수는 제주를 포함해 제한적인 장소에서 열렸던 제사의식, 둑제(纛祭)를 주목했다. 둑제는 서울 이외에 병영과 수영이 있는 지역에서만 지냈던 제사 의식이다. 고려 고종 시절부터 조선 순종까지 꾸준히 치렀는데, 당시 불참한 군인들을 처벌할 만큼 군기를 세우는 엄격한 행사였다. 제는 둑소라는 사당에서 지냈고, 둑소 안에는 군에서 사용한 둑기가 있었다.

제주에서 둑제가 처음 열리는 시기는 기록상 1427년(세종 9)이다. 《세종실록》에는 제주 전역에 둑소 10곳이 설치됐다고 나온다. 심 교수는 “제주가 병영 내지 수영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았음에도 둑소가 있었다는 건, 병영과 수영에 준하는 독자적인 방어체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 해준다”며 “제주의 군령권(軍令權)이 독자적으로 운영됐음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만큼 제주 자체가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제주 둑제는 조선시대 무신들의 유교식 제례이자 독창적인 무형문화로서 활용할 수 있다. 제래 속에서 무술 춤을 추는 사례를 제주에서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한진오 연구원은 제주 굿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소개하면서, 제주 굿이 콘텐츠로서 보다 가치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을 꼽았다.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민요패 소리왓의 소리판굿, 드라마센터코지의 오디오 드라마 <설문대-숨을 잃은 섬>, 웹툰 <신과 함께>, 애니메이션 <고스트 메신저>, 소설 《무녀굴》 등이 모두 제주 굿을 활용한 작품들이다. 여기에 축제 콘텐츠인 탐라국 입춘굿, 영등퍼레이드도 포함한다.

한 연구원은 “신들의 사연이 담긴 문화원형을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계통과 유형을 구분하는 일목요연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본풀이를 중심으로 하는 혈연계보, 신의 형상과 유형에 따른 계보, 신앙권 구획과 그것에 기초한 신화지리지 등이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근대 이전에 제주의 풍토와 물산,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 많은 고전의 서술방식에 기초해 무속신앙의 문화지도와 해설서를 만드는 ‘제주신화지리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남방과 북방문화가 혼합한 요소도 주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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